시속 1200㎞ '꿈의 기술' 길 연 고아정공

강소기업

하이퍼루프 트랙 개발 성공
네덜란드 시험노선 구간에 설치
고아정공과 네덜란드 하트사 관계자들이 하이퍼루프용 블록 제품을 보고 있다. /고아정공 제공
국내 철강 제품 제조 전문 중소기업이 ‘꿈의 교통수단’이라고 불리는 하이퍼루프의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 대구 소재 철강제조업체 고아정공은 네덜란드 하이퍼루프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다음달부터 하이퍼루프의 트랙(블록)을 납품한다고 1일 밝혔다.

하이퍼루프는 대형 진공 튜브 내부에서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진공 상태를 달리기 때문에 공기저항이 없다. 전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이 궤도 위에 떠 있기에 궤도와 바퀴의 마찰도 없다. 이에 최대 시속 1200㎞까지 가능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이면 오갈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를 연결해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해 주목받았다.포스코 유럽사무소와 함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진행한 고아정공은 길이 1.2m, 폭 5~10㎝, 두께 10㎝의 하이퍼루프용 블록 7종을 개발했다. 블록에 전기를 흘려보내 자력을 발생시킨다. 하이퍼루프 내부에 있는 차량은 블록을 타고 이동한다. 포스코에서 제조하는 0.5㎜ 두께 전기강판을 200장 겹쳐 제조한다. 각 전기강판을 경화성 에폭시 수지를 이용해 접착한다. 수직과 수평을 정밀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네덜란드 하이퍼루프 국책사업으로 맺은 1차 계약 규모는 150t 분량이며 공급 금액은 100만달러 규모다. 후속 사업이 진행되면 납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이퍼루프용 블록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은 철과 알루미늄, 실리콘의 합금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포스코만 제조할 수 있다. 전기전도성이 좋아 전자부품 및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두꺼운 철판 한 개 대신 200여 장의 강판을 겹쳐 만드는 이유는 전기저항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고아정공 관계자는 “두꺼운 철판을 사용하면 저항성이 높아져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고아정공이 참여하는 하이퍼루프 국책사업은 네덜란드 하트(HARDT)가 수행하고 있다. 고아정공의 제품은 네덜란드 흐로닝언주 빈담시 ‘유럽 하이퍼루프 센터’ 시험노선 구간에 설치된다. 1차 280m 시험라인용이다. 네덜란드는 하이퍼루프를 화물용으로 우선 개발해 검증한 뒤 공항 터미널 등에 설치할 계획이다.

1995년 설립된 고아정공의 현재 주력 제품은 전기차 구동모터 코어다. LG전자가 작년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설립한 합작법인 LG마그나를 통해 제너럴모터스(GM), 재규어, 포드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연간 공급하는 코어는 전기차 25만 대 분량이다. 작년 매출은 3472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을 기록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