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무기 때문에 많은 병력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NATO에 바로 반격하지는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공격을 확대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는 NATO와의 전면전을 피하고 싶어 한다. NATO와 맞서서 승리하기보다는 패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olman W. Jenkins, Jr. WSJ 칼럼니스트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로인 흑해 오데사 항구를 봉쇄하는 데 대응해 NATO의 군함을 보내자는 제안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아마 별일 아닌 척하며 상황을 회피할 것이다. 그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 가입 의사를 밝혔을 때도 겉으로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항구 봉쇄 영향 크지 않아
하지만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세계 식량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건 부적절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은 세계 전체 수출량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밀 수출량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7% 정도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훔쳐서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다고 언급한 밀의 양은 2000만t으로 현지 사일로(저장고)에 있다. 이는 세계 밀 생산량의 2.5%다. 최근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식량난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봉쇄의 후유증과 인플레이션, 미국 달러 강세다.
NATO가 개입해 러시아의 오데사 항구 봉쇄를 해제시킨다면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이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식량 대란 우려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굳이 보낼 이유는 없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자원 없이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적응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경제 규모가 러시아의 25배인 NATO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투자와 수요를 조절한다. 식량자원 가격이 오르면 농부들은 경작지를 확대하고 공급이 부족한 작물을 더 심게 된다. 연료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는 규정이나 토지 이용 규제 등의 변경과 같은 정책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수출금지 조치나 사재기 등은 자제해야 할 행위다.
푸틴 자극할 필요 없어
현재 러시아의 경제와 정치, 내부 권력구조 등에 가해지는 압박은 만만치 않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대(對)러시아 제재로 서방이 겪고 있는 혼란이 자신에게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다. 조만간 국제시장에서 러시아의 자원을 축출한 게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새로운 인식이 형성될 수도 있다. 1~2년 안에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 금속의 수입 제한을 해제하자는 주장이 오히려 비난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20년 동안 ‘적절한 후퇴’ 전략을 잘 활용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는 동부전선으로 범위를 좁혔다. 어찌됐건 나름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다. 그는 아직까지 휴전을 포함한 자신의 전략을 모두 꺼내 보이지는 않았다.일부 서방 관료는 폭격을 빼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서방이 오데사 항구의 봉쇄를 해제해 푸틴 대통령의 패배를 확인시킬 일을 굳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est Is Lazy on Russia’s Blockade of Ukrain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