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이준석, 尹대통령에 SOS 쳤나…'尹心' 놓고 설왕설래

李, 尹대통령 귀국 맞춰 '깜짝영접'…윤리위 징계 타이밍 맞물려 주목
박성민 사퇴 얽혀 '어수선'…"개인적 사유 사퇴" vs "친윤계 전체 돌아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항 영접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당 안팎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전에 공지되는 당대표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깜짝 방문'이었고, 이 때문에 당초 계획된 오찬과 토론회 참석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내주 윤리위 징계 심의를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린 이 대표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지원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출국할 때는 권성동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공항에 나가 환송한 가운데 이 대표는 불참하면서 '투톱'이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귀국한 권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이 대표가 돌연 참석을 결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번 영접은 대통령실은 물론 당에서도 이날 이른 오전까지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다.

이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 심의가 내주로 다가오면서 이 대표와 당내 친윤계 의원들 사이 대립각이 가팔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비공개 회동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대통령실과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박성민 의원이 전날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손절' 당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던 참에 이 대표가 '전격 영접'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성남 서울공항에 등장한 이 대표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도열해 있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서로 환한 웃음을 주고받는 화면이 포착됐다.

이어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도 두 손을 모아 악수를 했고, 윤 대통령 내외가 탑승해 떠나는 차량 뒤로 한참 동안 허리를 45도 숙인 채로 인사하는 장면도 노출됐다.

이날 짧은 만남에서 이 대표는 '고생이 많으셨다'는 취지의 인사를 건넸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도 나오셨네"라며 밝은 목소리로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결국 윤리위 결과에 따라서 이 대표의 거취가 갈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 이 대표를 공항 영접장으로 발걸음하게 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제기한다.
이날 공항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성 정책위의장과 송 원내수석의 경우 자리를 비운 권 원내대표를 대행하는 자격으로 사전에 참석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후 JTBC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출국길 환송은) 간소화해서 한다길래 허례허식이나 이런 걸 싫어하는 대통령이라서 안 갔다.

그랬더니 워낙 확대 해석이 많더라" 라며 "(오늘은 다른) 충분한 일정도 없고 해서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는 길을 당대표가 나가서 영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윤리위 읍소를 위해 갔다는 식의 반응은 말이 안 된다.

대통령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일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친윤계인 박성민 의원의 당대표 비서실장직 사퇴 결정과 관련해 그 배경에 '윤심'이 작용한 것인가를 두고도 종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JTBC에서 "물리적으로는 대통령과의 소통이 원활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박 의원의 결정을 윤 대통령이 의사에 연계해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박 의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살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워낙 대통령실과 당대표실 간의 가교 역할을 잘하셨던 분"이라면서 "그 해석까지 제가 부인하고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성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고, 그럴 분도 아니다"라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로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 흐름과 관련해 "대통령이 일하는 것보다는 당 내부의 갈등 문제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국민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당대표 직속기구인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물론 개인적인 괴로움이나 당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겠지만, (비서실장은) 그 이상으로 대통령이 강권해서 오게 된 자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과연 대통령과 소통 없이 (박 의원이) 결단을 내렸겠나"라고 진단했고, 윤 대통령의 '손절 메시지'라는 해석에 "그런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그는 "'친윤계 전체가 돌아섰다'라는 평가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정미경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는 사명을 갖고 뛰어야 하는데, 이 대표가 더 안정적으로 가지 못하는 부분에서 당원들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내홍 상황 전반에 관해 이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