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무증하시죠"…여의도 증권가서 유행처럼 번진다

실질가치 달라지지 않는데도
주가 부양으로 각광…투자자 요구도
"요즘엔 주가 잘 안 오르는 종목이 있으면 소액주주나 펀드매니저들이 무상증자하라고 요구해요. 무상증자만 하면 주가 오르잖아요."(국내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

증권가에서 무상증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가진 여윳돈(자본잉여금)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발행된 신주는 회사의 자본금이 되므로 기업 가치는 달라지지 않고, 주주들 입장에서도 보유주식이 늘어난 만큼 주가가 낮게 반영되기 때문에 전체 보유가치는 이전과 같다. 그러나 주가가 낮아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며 매수세가 모여 주가가 상승하곤 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에 증시가 힘을 못쓰자 시장에선 무상증자가 몇 안 되는 호재로 떠올랐다. 29일 무상증자 권리락을 맞은 공구우먼은 29~30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30일 27%대 상승 마감한 실리콘투 역시 이날 1:5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앞서 노터스는 무상증자 소식에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모아데이타 등의 상장사들은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는 예고공시를 낸 것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에서는 무상증자 예비후보를 미리 매수하는 움직임도 있다.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 중 자본금 대비 잉여금이 많은 종목들을 미리 사 두면 나중에 무상증자를 해서 주가가 오를 수도 있으니 미리 사두잔 것이다. 실제 원준의 경우 자본금에 비해 잉여금이 많은 상장사로 강력한 무상증자 후보로 꼽혀왔고, 이때문에 실제 23일 무상증자가 발표되자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었다.

시장에선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의 등쌀에 못이겨 무상증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주가 하락을 못견딘 투자자들이 상장사들에 무상증자를 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장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이지만 돈이 들다 보니 상장사 입장에서도 무상증자를 통한 주가 부양이 선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