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전쟁 아니다…국회는 소도(蘇塗) 아니다 [여기는 논설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집권 5년과 대선, 지방선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무리수’다.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그들의 정책과 정치적 공방 속에서 그들이 취했던 자세를 보면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이며, 독단적이고 무책임하며, 절차 무시와 졸속 강행의 편리함만 쫓는 무리함의 연속이었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급격한 최저임금과 획일적 주52시간제, 임대차 3법, 28번의 부동산 대책과 누더기 세제, 비정규직의 인위적 정규직 전환, 한반도 운전자론과 평화 프로세스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찰 지경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법무연수원으로까지 유배 갔던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에 올려놓은 것도 무리수의 역작용이었다.민주당의 무리수와 꼼수의 결정판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었다. 자기 당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넣는 ‘창발성’, 국회법에 90일로 명시된 안건조정위 회의를 17분 만에 끝내는 ‘추진력’, 야당의 필리버스터 기회마저 빼앗기 위해 본회의에선 당일 국회 회기가 끝나도록 만든 ‘대범함’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수완박을 정치적 딜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후안무치적 용기 또한 대단하다.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검수완박 헌재 제소를 취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검수완박의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도 자인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당내 계파 싸움 또한 무리수의 연속이다.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내홍과 잡음은 모두 이 의원의 욕심과 무리수가 자초한 것이다. 이 의원 한 사람을 라이언 일병으로 살리려고, 얼마나 많은 무수한 후보들이 지난 지선에서 죽어 나갔는가. 민주당의 무리수는 전쟁하듯 정치하는 그들의 전투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친문계의 상왕’ 이해찬 전 대표의 슬로건이 무엇인가. ‘보수 궤멸론’이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표현이다. 궤멸, 말살의 소탕 작전에는 어떠한 수단도 용인될 수 있다. 20년, 나아가 50년 집권론까지 꿈꿨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시쳇말로 말아먹은 것은 이런 정치 전쟁론에 따른 무리수 탓이었다.

민주당이 무리한 공세로 패착을 뒀다면 이재명 의원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는 국회를 삼한 때 범죄자들의 대피 장소였던 ‘소도(蘇塗)’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여기에 야당 당 대표 자리까지 꿰차면 철갑을 두를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 당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 의원과 부인 김혜경 씨와 연루된 의혹사건만 현재 7개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필두로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분당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경기도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대선 비밀 캠프 전용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사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 등이다.

이렇게 많은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과 배우자를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사회의 한복판에는 정의와 상식의 강물이 흐른다. 과거의 무수한 경험을 통해 꼼수와 무리수가 영원히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당권 경쟁을 바라보고 있는 민주당 당원들은 정의와 상식, 그리고 역사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