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대의 승자는 '이곳'?…"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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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첫 유럽 공장을 세운 도시는 수도 베를린의 동쪽 외곽에 위치한 그륀하이데(브란덴부르크 주)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올해 3월 170억유로(약 2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2곳을 설립하기 위해 낙점한 도시는 마그데부르크(작센 주)다. 에르푸르트(튀링겐 주)라는 도시에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가 신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옛 동독 지역들이란 데 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이 붙은 동독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동독 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뭉칫돈을 싸든 채 몰려들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였던 동독 도시들이 글로벌 기업의 입맞춤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독일이 통일 30주년에 맞춰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을 제외할 경우 동독 지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 지역의 77.9%에 그쳤다. 임금 수준도 서독에 비해 23%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판도가 바뀌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기후 정책에 집중되면서다.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하자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동독에 관련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2018년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작센 주의 츠비카우 공장, 드레스덴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게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폭스바겐의 1차 협력사 레오니(자동차용 전기배선 제조)가 작센 주에 1억3000만유로를 새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선순환 투자환경도 구축됐기 때문이다.
동독 부활의 정점은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그륀하이데에 유럽 첫 기가팩토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FT는 "서독 지역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기업들과 이들의 협력사인 보쉬, 말레 등이 이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곳"며 "동독에 신규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결국 독일 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면서 나온 새 시대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들고 온 투자금 170억유로는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행렬이 독일의 산업 지형도가 변하는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독일 정부 관계자는 "독일의 경제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달 초 한 컨퍼런스에서 "동독은 이제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경제지구 중 하나"라면서 "국제적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인텔, CATL 등만이 아니다. BMW는 2020년 작센 주의 라이프치히 공장에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생산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독일 최대 화학기업 BASF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슈바르츠하이데·브란덴부르크 주), 호주 알텍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슈바르체품페·브란덴부르크 주) 등도 동독을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수천,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최근엔 캐나다 록테크리튬이 5억유로를 들여 브란덴부르크 주의 구벤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구벤 시장은 "10년전만 해도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어다녀야 했다"면서 "이젠 더 이상 외국 기업에 내어줄 공간이 없을 정도로 투자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현재 보쉬, 인피니언, AMD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할레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최근 동독의 부활과 (전쟁 이전) 독일의 초기 번영 사이에 평행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니더작센 주의 로이나의 경우 2차 대전 이전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옛 동독 지역들이란 데 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이 붙은 동독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동독 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뭉칫돈을 싸든 채 몰려들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였던 동독 도시들이 글로벌 기업의 입맞춤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친환경 전기차 전환에… 동독 함박웃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1년간 분단됐던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맞았다. 당시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에 비해 크게 뒤처진 수준이었다. 실업률이 27%에 달하자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남부 지역으로 이주했다.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격차가 쉽게 해소되진 않았다.2020년 독일이 통일 30주년에 맞춰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을 제외할 경우 동독 지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 지역의 77.9%에 그쳤다. 임금 수준도 서독에 비해 23%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판도가 바뀌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기후 정책에 집중되면서다.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하자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동독에 관련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2018년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작센 주의 츠비카우 공장, 드레스덴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게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폭스바겐의 1차 협력사 레오니(자동차용 전기배선 제조)가 작센 주에 1억3000만유로를 새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선순환 투자환경도 구축됐기 때문이다.
○테슬라·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로 문전성시
동독 부활의 정점은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그륀하이데에 유럽 첫 기가팩토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FT는 "서독 지역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기업들과 이들의 협력사인 보쉬, 말레 등이 이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곳"며 "동독에 신규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결국 독일 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면서 나온 새 시대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들고 온 투자금 170억유로는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행렬이 독일의 산업 지형도가 변하는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독일 정부 관계자는 "독일의 경제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달 초 한 컨퍼런스에서 "동독은 이제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경제지구 중 하나"라면서 "국제적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인텔, CATL 등만이 아니다. BMW는 2020년 작센 주의 라이프치히 공장에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생산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독일 최대 화학기업 BASF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슈바르츠하이데·브란덴부르크 주), 호주 알텍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슈바르체품페·브란덴부르크 주) 등도 동독을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수천,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최근엔 캐나다 록테크리튬이 5억유로를 들여 브란덴부르크 주의 구벤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구벤 시장은 "10년전만 해도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어다녀야 했다"면서 "이젠 더 이상 외국 기업에 내어줄 공간이 없을 정도로 투자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동독의 산업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
동독 지역의 강점으로는 대규모 부지가 제일 먼저 꼽힌다. 고도로 산업화된 독일 남서부 지역은 인구 밀도가 높아 기업들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땅이 모자라다. 반면 그륀하이데의 테슬라 기가팩토리는 300만㎡ 부지를 자랑한다. 인텔의 마그데부르크 공장은 축구장 620개와 맞먹는 크기인 450만㎡에 달한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공급량 △주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 등도 동독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있다.그렇다고 동독 주민들이 마냥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건 아니다. FT는 "옛 동독 시절의 탄탄한 산업적 뼈대와 저력도 이 지역을 되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작센 주의 드레스덴에 유럽 내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된 배경에는 해당 부지가 로보트론(과거 동독 시절 국영 가전제품 기업)의 공장이 있던 곳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드레스덴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현재 보쉬, 인피니언, AMD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할레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최근 동독의 부활과 (전쟁 이전) 독일의 초기 번영 사이에 평행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니더작센 주의 로이나의 경우 2차 대전 이전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