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성공해 좋아했는데"…불면증 호소한 집주인들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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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내 집 때문에 맨날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서울 당산동에 사는 직장인 A씨)
내 집 마련은 모두의 꿈입니다. 무주택자들은 2년 마다 주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내 집을 원할 테고, 이미 집이 있는 유주택자들은 더 좋은 지역, 더 넓은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 게 공통된 마음이죠.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꿈꾸던 내 집 마련엔 성공했지만 가팔라진 금리 인상 속도에 금융비용 부담을 절감하게 된 겁니다.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가 불어난다는 사실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는 하소연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엔 "전세 말고 안정감 있는 주거 공간을 갖고 싶다는 남편 주장에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매월 한 달에 원리금만 수 백 만원이 나가서 애들 학원비를 줄일 정도" "영끌해서 산 아파트가 올 들어 계속 매매 가격이 떨어져서 신경쇠약에 걸릴 듯" "자꾸 아파트 계약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불면증만 심해지는 듯 하다"는 식의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다수 아파트를 매입할 때 수요자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같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만으로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입니다.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돈 줄 죄기에 발 맞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슬금슬금 오르던 대출 금리가 한은의 금리 인상 보폭에 따라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대놓고 지적했지만 대출 금리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미국은 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했습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죠. 한국은행 안팎에서도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6월 소비자물가가 6%대가 나오면 결국 빅스텝으로 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겨냥해 시중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도 대출 금리는 뒤이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수요자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연 5~6%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를 형성하고 있고요.
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치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불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대다수 수요자들이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이렇다 보니 올해 말 기준으로 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기존 대비 30~40%, 약 1000만원 가까이 급증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비교해 수요자들이 대출 원리금 증가 속도를 더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며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면 결국 각종 소비를 줄이고,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대상인 아파트 가격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면, 수요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죠.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로 집계됐습니다. 이 지수가 발표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랍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주택대출 상환액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때 활용되는 지수입니다. 쉽게 말해 이 지수가 100이면 소득의 약 25%를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 부담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미랍니다. 이 지수가 200이라는 건 소득의 절반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말이죠.
상황이 이런데 주택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새 정부가 규제 지역을 풀고 각종 정책을 손질하는 등 다각도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으려고 하지만 아파트 값은 하락 조짐입니다. 벌써 두 달 째 전국 집값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 중이랍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집 값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4% 떨어졌습니다. 8주 연속 하락세인 데다 올 1월 말 이후로 단 한주도 전주 대비 상승 반전한 적이 없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20~30대 젊은 수요자층이 집중적으로 아파트 매매 시장의 큰손으로 부각됐는데,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비해 소득이 적어 올 들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며 "이른바 '벼락 거지'(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데, 이를 갖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곤해 졌다는 느끼는 사람)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수요자들이 가격 하락과 이자 부담 상승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내 집 마련은 모두의 꿈입니다. 무주택자들은 2년 마다 주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내 집을 원할 테고, 이미 집이 있는 유주택자들은 더 좋은 지역, 더 넓은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 게 공통된 마음이죠.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꿈꾸던 내 집 마련엔 성공했지만 가팔라진 금리 인상 속도에 금융비용 부담을 절감하게 된 겁니다.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가 불어난다는 사실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는 하소연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엔 "전세 말고 안정감 있는 주거 공간을 갖고 싶다는 남편 주장에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매월 한 달에 원리금만 수 백 만원이 나가서 애들 학원비를 줄일 정도" "영끌해서 산 아파트가 올 들어 계속 매매 가격이 떨어져서 신경쇠약에 걸릴 듯" "자꾸 아파트 계약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불면증만 심해지는 듯 하다"는 식의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다수 아파트를 매입할 때 수요자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같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만으로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입니다.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돈 줄 죄기에 발 맞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슬금슬금 오르던 대출 금리가 한은의 금리 인상 보폭에 따라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대놓고 지적했지만 대출 금리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미국은 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했습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죠. 한국은행 안팎에서도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6월 소비자물가가 6%대가 나오면 결국 빅스텝으로 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겨냥해 시중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도 대출 금리는 뒤이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수요자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연 5~6%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를 형성하고 있고요.
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치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불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대다수 수요자들이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이렇다 보니 올해 말 기준으로 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기존 대비 30~40%, 약 1000만원 가까이 급증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비교해 수요자들이 대출 원리금 증가 속도를 더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며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면 결국 각종 소비를 줄이고,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대상인 아파트 가격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면, 수요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죠.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로 집계됐습니다. 이 지수가 발표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랍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주택대출 상환액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때 활용되는 지수입니다. 쉽게 말해 이 지수가 100이면 소득의 약 25%를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 부담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미랍니다. 이 지수가 200이라는 건 소득의 절반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말이죠.
상황이 이런데 주택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새 정부가 규제 지역을 풀고 각종 정책을 손질하는 등 다각도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으려고 하지만 아파트 값은 하락 조짐입니다. 벌써 두 달 째 전국 집값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 중이랍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집 값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4% 떨어졌습니다. 8주 연속 하락세인 데다 올 1월 말 이후로 단 한주도 전주 대비 상승 반전한 적이 없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20~30대 젊은 수요자층이 집중적으로 아파트 매매 시장의 큰손으로 부각됐는데,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비해 소득이 적어 올 들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며 "이른바 '벼락 거지'(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데, 이를 갖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곤해 졌다는 느끼는 사람)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수요자들이 가격 하락과 이자 부담 상승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