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고소 이후 한달 반…'수사 2라운드' 나서는 검찰

법리 검토·참고인 조사 진행…자금흐름 추적 박차 가할 듯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이후 서울남부지검이 진용을 갖추면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수사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사건을 배당받은 후 법리 검토와 참고인 조사에 주력해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단성한(사법연수원 32기) 신임 합수단장이 이달 4일 부임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가상자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인 개발사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 조세 포탈 ▲ 수상한 자금 흐름 등 세 갈래다.

이 가운데 첫 번째는 자매 코인 루나의 소각·발행을 통해 테라USD(UST)를 1달러에 고정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그리고 테라 플랫폼의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앵커 프로토콜의 개발 자체가 사기라는 주장이다. 루나와 UST는 지난 5월 초부터 약 일주일 만에 가격이 99.99% 추락하는 대폭락을 겪었고, 같은 달 19일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개발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 등이 알고리즘상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코인을 발행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합수단은 그동안 테라폼랩스 전 직원들을 출국금지하고 참고인으로 소환해 테라·루나와 앵커 프로토콜의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고정 연이율이 20%에 달하는 앵커 프로토콜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권 대표와 의견 충돌을 겪고 회사에서 떠나기도 했으며, 검찰도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해 조사한 테라폼랩스와 관계자들의 특별세무조사 자료들을 확보했다.

테라폼랩스가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보인다는 주장은 최근 가상자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이다.
자체적으로 온체인 지갑 추적을 진행해 온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7월 14일부터 디페깅 사태 직전인 올해 5월 5일까지 테라폼랩스 측 소유로 추정되는 지갑 30여 개에서 거래소로 25억 UST가 빠져나가고 거래소에서 지갑으로 5천743만 루나(LUNC)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들 지갑은 동일한 바이낸스 입금 메모를 쓰는 등 동일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으로 테라폼랩스 소유라고 볼 수 있는 한 지갑이 또 다른 지갑을 만들고, 이 지갑이 다시 750여 개의 지갑을 만든 뒤 비슷한 거래 패턴을 보이는 현상도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보안회사 웁살라시큐리티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전자지갑(계정) 간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테라폼랩스와 루나파운데이션가드(UST 페깅을 위해 테라폼랩스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와 연관된 지갑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흐름이 보인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규모는 36억 달러(4조6천억원)에 달하며 일부는 디파이와 중앙화거래소에서 루나의 시세조종과 자금세탁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고발이 접수된 혐의 외에도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