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이들을 위한 세상은 없다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최근 어린 딸을 포함한 한 가족이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과 함께 깊은 슬픔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유가 뭐든 간에 피어보지도 못한 해맑은 10세 소녀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린다. 영화<로렌조 오일(Lorenzo's oil), 1992>에서 어린 아들이 희귀난치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부모는 냉담한 사회적 현실에 좌절하지만 절망을 딛고 스스로 획기적인 개선 물질을 개발하여 자식과 많은 사람들의 삶을 연장시키게 된다. 삶은 그만큼 고귀하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 준다. 지금 어른들이 저지른 지구 오염과 전쟁으로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세상이 점점 없어지는 위기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영화 줄거리 요약>
유명 경제학자였던 어거스토(닉 놀테 분)는 동아프리카의 코모로 섬에서 가족과 함께 새로운 직장인 세계은행이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시점, 부인 미키엘라(수잔 서랜든 분)는 유치원에서 5살 된 아들 로렌조의 행동이 갑자기 사나워졌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을 찾은 결과 아들이 희귀 유전병인 ALD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백방으로 치료방법을 찾지만 의사들은 2년 내에 사망할 거라는 진단을 내린다. 부부는 사회의 무관심과 냉정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아들을 살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관전 포인트>
A. 로렌조가 앓는 ALD는 어떤 병인가?
부신백질이영양증 이라는 이병이 알려진 것은 10년 정도로 치료법은 물론 원인조차 잘 모르는 희귀병이다. 10세 미만의 남자아이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발병 후 2년 이내에 사망하고 원인으로는 뇌 백질과 부신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증세는 귀가 들리지 않고 실어증이 생기면서 시력까지 보이지 않고 음식을 삼킬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뇌신경 장애가 온 다음 몸이 굳는 증세가 온다. 이런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부부는 도서관에 가서 직접 병에 대해 공부를 하지만 알아낸 사실은 이병의 끔찍함과 아들이 힘들게 죽게 된다는 사실뿐이었다.
B. 천신만고 끝에 발견한 치료 물질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비협조적인 의료계를 대신해서 부부는 아들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의학 공부를 하다가 부인인 미카엘라가 우연하게 화학 논문지를 보다가 원인을 알아내게 된다. 그것은 몸속에 있는 특정 지방이 제거되면서 체세포가 지방을 과잉 생산하는 것인데, 이 말은 포화지방산을 무작정 안 먹이는 식이요법보다 해롭지 않은 다른 지방산을 늘려 포화지방산이 만들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통해 올리브유 중 올레산에 이에 해당하는 지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학자들은 돈이 되지 않는 연구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부부는 직접 올레산 올리브유를 찾아내 아들에게 먹이자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지만 어느 순간 다시 원인 모를 한계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C. 절망의 상태에서 한줄기 빛이 된 것은?
올레산이 증세를 크게 회복시키지 못하자 괴로워하던 어거스토는 잠깐 잠든 사이 꿈에서 한줄기 빛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단불포화지방을 계속 만들게 하면 포화지방이 줄어들 수 있다는"가설을 생각하고 세계 모든 화학사에 수소문하여 마침 은퇴한 화학회사의 노화학자 수데비 박사가 순수 에루크산을 9개월만에 만들어 주게 된다. 오일을 투여한 결과 로렌조를 괴롭힌 지방산이 정상수치를 되찾게 되는 쾌거를 이룬다.
D. 새로운 혁신에 대한 반대세력의 모습은?
천신만고 끝에 한 화학사로부터 올레산을 얻게 된 부부는 로렌조에게 투약하자 해로운 지방이 50% 감소한다. 이것을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의 모임인 ADL 재단의 머스캐틴 부부에게 공유하지만 그들은 '의사를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오만이에요. 헛된 희망을 주는 건 고통만 더 안겨 준다고'강하게 거절하게 된다. 그러자 어거스토는 "오만이오? 그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어원이 <자신의 권리 주장>이죠. 내겐 아들의 생명을 위해 싸울 권리가 있어요"라며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E. 로렌조 오일의 상용화는?
ALD 심포지엄에서 권위자라는 니콜라이 박사는 "FDA 승인 없인 보험이나 정부 지원이 불가능하다"라는 대안 없는 궤변만 늘어놓자 환자의 부모들은 모두 궐기하고 로렌조 오일은 널리 활용되게 된다. 한편 엄마 미카엘리는 2000년 폐암으로 사망하고 아들 로렌조는 2008년 30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아버지 어거스토는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를 계속 진행하다가 2013년 80세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부부의 힘겨운 노력들은 자신의 아들은 물론 ALD를 초기에 발견한 다른 아이들을 위한 큰 헌신이 되었다.<에필로그>
로렌조의 엄마는 고통받는 아들의 귀에 "로렌조, 엄마 말 들어봐, 정 견디기 힘들면 아기 예수한테 날아가. 그래도 돼. 엄마 아빠는 괜찮아"라며 자신은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지만 그저 한 아이의 부모로서 절대 우리 아이를 어둠 속에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은 세상의 미래를 열어가는 천사이면서 어른들의 타락과 위선을 바로잡는 유일한 푸른 신호등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통해 미래의 꿈을 만들어 갈수 있게 모든 기성세대는 소모적 갈등과 싸움을 멈추고 힘을 합쳐 그들을 도와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