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마다 뜨거운 관심…'미운 김건희' 딜레마 [여기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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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욱 반장의 대통령실 돋보기
대통령 첫 해외 출장 따라간 출입기자들, 김건희 기사에 '스트레스'
'셀럽 김건희' 대중의 관심이 높지만, 댓글 반응은 거의 모두 부정적
'이미지 빌딩업' 진행 중인데, 기대 효과는 제대로 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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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분 정도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한반도 외교와 통상 등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 기자들 간 진진한 소통이 있었습니다. 다만 정작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궁금했던 사안은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긴 했지만, 기자들이 정색을 하고 물어볼 용기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질문을 하기 위해 열심히 손을 들었다는 변명을 하지만, 그래도 개운치 않은 감정이 가시지 않습니다. 이번 칼럼을 반성으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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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대통령 배우자의 모습이기 때문일 겁니다. 한달여 전 제가 썼던 칼럼 << 한국의 첫 ‘셀럽 영부인’ 김건희 [여기는 대통령실]>>에서 이런 현상을 이미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대중의 이런 관심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은 측면이 더 많은 듯 합니다.실제 김 여사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긍정적인 면을 압도합니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 대통령의 부인이 해외에서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며 미디어를 점령하고 있으니, 특히 고달픈 국민들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이런 행보들은 김 여사가 과거 대선 기간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약속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행보가 공개되면서 김 여사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게 됐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 첫 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 분석됩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이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 핵심 참모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을 ①검찰 편중 인사 ②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③ 김건희 여사 등 세가지로 요약하더군요. 저는 이 참모에게 “내용은 맞는데 순서가 거꾸로”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만난 정치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권 초기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미지를 잘 빌드업(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을 합니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만큼 국민들이 선호하고 친숙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이미지 빌드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 여사가 행보를 할 때마다 대통령 대변인실에서 주요 발언과 사진들을 언론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주재 한국문화원 직원들을 “여려분 모두가 애국자”라며 격려하거나 친환경 스페인 기업을 찾아가 “되도록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발언들이 사전 의도와 기획을 통해 나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게 기대한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는 걸까요.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모습들이 이런 것일까요. 대통령실의 참모 뿐 아니라 윤 대통령도 본인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