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바다에 띄우는 풍력발전서 격돌
입력
수정
지면A11
발전기 싣는 부유체 개발 경쟁바다에 발전기를 띄워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풍력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수심, 해저 지형과 관계없이 바다 곳곳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게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의 강점이다. 육상풍력발전과 달리 용지를 매입할 필요도 없다.
삼성重, 15㎿급 선급 승인 앞둬
현대重, 제주서 8㎿급 시범사업
한 척당 가격 3000억~4000억
대우조선, 풍력발전 설치선 집중
삼성중공업을 필두로 한 조선사들은 발전기를 띄우는 부유체를 개발하고 있다. 부유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발전용 터빈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반잠수식 해양플랜트(원유생산설비 등)와 비슷해 조선사들의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다.
시장 선점 나선 삼성중공업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5㎿급 부유체 모델을 개발하고 현재 선급 승인을 앞두고 있다. 9.5㎿급을 독자 개발한 지 1년 만이다. 고정식과 부유식의 기준점은 수심 60m다. 이보다 가까우면 고정식을, 멀면 부유식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동해안 바람 세기와 조류, 수심 데이터 등을 분석해 15㎿급 모델을 설계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6GW급 ‘동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주력 모델로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급 해상풍력 부유체 고유 모델을 개발한 현대중공업 역시 15㎿급 부유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보다 작은 부유체는 이미 상용화 단계다. 현재 제주도 앞바다에서 8㎿급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4년 관련 설비들이 실제로 설치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바람이 강한 동해에서 활용할 부유체를 만들고 있다”며 “수조 실험을 통해 강한 태풍도 견딜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지난해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8㎿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개발’ 사업 주관기관에 선정돼 8㎿급 모델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나라로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해상풍력이 유리하다”며 “15㎿급 부유체가 일반화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설치선 수주에 총력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설치선(WTIV)에서 강점을 보인다. WTIV는 해상풍력단지에 풍력터빈을 설치할 때 필요한 선박이다. 척당 가격이 3000억~4000억원에 달해 고부가가치 특수목적선으로 분류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0년 30GW에 불과했던 세계 해상풍력 설치 용량은 2030년 228GW, 2050년 1000GW까지 성장할 전망이다.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해상풍력 분야의 변수는 정부다. 이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한국 여건에 딱 맞는 신재생에너지”라며 “방향성·잠재력을 갖춘 사업은 흔들림 없이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