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 이달 중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CNN "9월 계획보다 앞당겨"
의사당 폭동 책임론 돌파구 마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벌어진 미국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를 부추겼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CNN방송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할 전망”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9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었으나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발표 시기를 이달로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몬 것은 전직 백악관 직원인 캐서디 허치슨의 진술이다. 허치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인 마크 메도스의 핵심 참모였다. 허치슨은 지난달 28일 열린 미 하원의 조사특위 공개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1월 6일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증언했다. 허치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몰려가자 “나를 당장 데려가라”며 경호원의 목을 조르고 운전대 탈취를 시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무장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점,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없다는 당시 법무장관의 인터뷰를 보고 격분해 음식물이 담긴 접시를 집어던진 일 등을 증언했다.

CNN은 “전·현직 보좌진의 공개 증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서둘러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출사표를 던지면 다시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청문회로 궁지에 몰린 자신을 구해낼 최선의 방책이 출마 선언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내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 CNN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공화당 내 잠재적 경쟁자들이 약진할 가능성을 사전에 경계하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들 외에도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잠재적인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