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CEO들이 꼽은 생존 키워드는 '기술'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수율 향상
취임 후 첫 유럽출장…조직개편도

최윤호 삼성SDI 사장
전고체 배터리 등 조기양산 목표
"운영 플랫폼 표준화로 품질 개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외 행보를 확대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경쟁사의 약진 등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을 끌어올릴 것을 독려하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단기간 내 끌어올리는 ‘스마트팩토리’를,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권 부회장 “스마트팩토리 구축 박차”

권영수 부회장
권 부회장은 3일 유럽 출장에 나서면서 “전 세계 법인이 표준화된 생산 프로세스로 하나의 공장처럼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오창공장을 ‘마더 팩토리’로 삼아 신제품 양산 과정을 미리 테스트하고, 추후 글로벌 생산라인에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3박5일의 유럽 출장에 나서 폴란드 보로츠와프공장(연 생산량 70GWh), 스마트팩토리 협력사 독일 지멘스 등을 방문한다. 2024~2025년 완공 예정인 글로벌 생산라인의 가동률과 수율 등을 조기에 안정화하기 위해 적용할 첨단 정보기술(IT)을 점검하려는 목적이다.배터리 공장에선 같은 장비를 쓰더라도 현장 엔지니어의 감에 따라 수율과 품질이 갈리는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통해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을 처음 지었을 때 수율 문제로 수년간 고생했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스마트팩토리 운영과 북미 공장 안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자동차전지사업부 산하에 북미생산총괄을 신설하고 최석원 폴란드법인장을 총괄로 임명했다. 산하엔 생산지원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조기 안착에 주력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고객사에 최고 수준의 QCD(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 “전고체 배터리 조기 양산”

최윤호 사장
최 사장은 1일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연 ‘52주년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강조했다.

삼성SDI는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지름 46㎜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2025년 양산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는 천안공장에 시범생산라인 신설을 검토 중이다. 최 사장은 이 두 배터리를 언급하며 “조기 양산에 성공해 차세대 제품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 양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 표준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사장은 “품질 리스크는 사업을 존폐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임직원의 의식 개선과 동참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운영 플랫폼을 표준화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4000억원 안팎이고, 영업이익률도 6.5%로 CATL(6%)보다 높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SDI의 최대 고객사인 BMW의 전기차 인도가 본격화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젠5’ 배터리 납품이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