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규제지역 풀었지만…속도는 조절할 것" [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대구 수성구 등 전국 6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새 정부 첫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지방 17개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이번 조정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완급조절(규제 완화)'로 알려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규제지역 완화·해제'라는 방향성은 유지하겠지만 실제 적용은 점진적으로, 장기적으로 실현될 여지가 크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합니다.여러 지자체가 규제지역의 완화와 해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부동산과 주택거래의 활성화입니다. 아무래도 가격 때문입니다. 규제지역이 조정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칩니다. 지역의 대출한도부터 종전보다 높아지면서 가격하락이나 보합, 시장안정에는 역행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지역의 조정은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꼭 필요합니다만, 지금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작년까지의 부동산 광풍이 수그러든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됐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등을 포함해 규제지역을 전격적으로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시장안정이라는 궁극적인 정책목표 하에서는, 주택가격이 내려간다는데 굳이 규제지역을 풀면서까지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제한됩니다. 그렇다면 집값, 시장 기대 심리, 주택구매수요 등을 자극할만한 사안은 굳이 제시하지 않는 것도 정책당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시장현황을 자연스러운 안정상태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억눌린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과감한 공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심 정비사업 등을 통한 입주 예정 물량이 많아서 시세가 영향받는다는 지역은, 주택공급을 통해 지역시장이 안정되는 사례로서 향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규제지역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세종 등 세간의 관심 지역들이 배제됐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그리 문제는 아닙니다. 오른 분양가로도 쉽게 팔린다면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거나 적절하다고 받아들인 것이고,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책정된 가격이 너무 높은 겁니다.

이런 사안들을 고려하면 수도권 같은 주요 지역을 배제하고 지방에서도 일부 지역만을 규제지역에서 조정한 이번 조치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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