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주삿바늘 대신 안약을"…망막병증 신약 개발 '스마틴바이오'

강병헌 스마틴바이오 대표 인터뷰

17년간 미토콘드리아 연구한 학자
창업해 당뇨망막병증 치료제 개발

"인류의 삶 바꿀 기술…사장시킬 수 없다"
강병헌 스마틴바이오 대표. / 사진=유채영 기자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려면 환자들 안구에 주사기를 찔러넣어 약물을 투입해야 합니다. 환자들에겐 고통스러운 치료법이죠. 스마틴바이오의 목표는 안약을 점안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겁니다.”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강병헌 스마틴바이오 대표(사진)는 미토콘드리아 기반의 당뇨망막병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강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UNSIT) 교수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발견되는 ‘트랩원(TRAP1)' 단백질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대학 교수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직접 창업까지 했다.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 내에 있는 작은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은 세포의 전반과 연관돼 있다. 에너지 대사뿐만 아니라 물질 대사, 활성 산소, 세포신호 전달, 세포죽음 기전 등에 관련된다. 당뇨나 암 환자 중에서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주요 원인인 사례가 있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이상을 유발하는 변성된(질병) 단백질을 억제하면 효과적 치료제를 얻을 수 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단백질 양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해도 원하는 미토콘드리아 이외에 다른 세포에도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쉽지 않은 데다 부작용도 있어서다.
TRAP1과 결합한 신약후보물질의 고해상도 결정구조 분석 이미지. 빠르고 경제적인 약물 최적화에 필수적이다. /스마틴바이오 제공
강 대표는 암이나 각종 난치대사성질환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서 발견되는 트랩원 단백질의 화학구조를 찾아냈다. 트랩원 단백질을 억제하면 질병세포 성장을 막을 수 있는데, 이같은 원리에 착안한 미토콘드리아로 타깃(표적)되는 새로운 작동 방식의 신약을 스마틴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으로 꼽히는 당뇨망막병증 치료제다.강 대표는 “2~4개월 간격으로 안구에 주사를 맞는 치료 과정은 환자들이 매우 고되다”면서 “기존 항체 단백질 제재는 생체투과력이 낮아 바늘로 약물을 찔러넣을 수밖에 없는 탓이었는데, 트랩원 억제 신약은 저분자 화합물이라 생체투과력이 우수해 안약을 넣는 방식으로 치료 가능하다.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약은 동물을 상대로 한 독성 테스트인 비임상(전임상) 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시판까지 10년 이상 소요할 수 있지만 성공할 경우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강 대표는 “당뇨망막병증 치료제의 연간 매출 규모가 10조원가량 된다”며 “당뇨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신약이 차지할 경우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스마틴바이오의 약물개발 원천기술은 타깃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저명 해외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의 커버스토리로 게재됐다. /스마틴바이오 제공
스마틴바이오의 신약 기술은 치료저항성 난치암과 다른 당뇨합병증에도 우수한 활성을 확인해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강 대표는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생명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의과대학에서 연구했다. 2010년부터 유니스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트랩원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17년째다. 국내외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특허도 냈다. 트랩원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직 대학 교수로 회사까지 운영하는 강 대표는 1분1초를 아끼며 산다. 평일엔 울산 유니스트에서 강의하고 석·박사 학생의 지도에 힘 쏟는다. 주말이 되면 창업가로서 업무를 한다. 충북 청주 사무실이나 투자 유치를 위해 수도권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강 대표는 “강의하고 연구를 하면서 스타트업까지 운영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제적 안정과 명예가 보장된 대학 교수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창업을 한 것은 20년 가까이 연구한 기술의 가능성을 엿보고서 차마 사장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학계에만 있다보니 기술을 상업화해 줄 산업계 네트워크가 부족했다”며 “우연하게 다른 누군가가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상업화까지 이끌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논문 게재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연구자 스스로가 상업화 과정을 이끌어야겠다고 판단했다”면서 “미토콘드리아 조절 신약 기술을 다양한 질병의 치료법에 적용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