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쇼핑몰 아니었어?…3일째 상한가, 723% 폭등한 종목

공구우먼, 무상증자 발표 직후 폭등
연초 공모 참패하기도…희망 공모가 밑돌아

개인투자자 매수세 몰려…'착시'효과
오버행 이슈 등 우려 잇따라
공구우먼 전속모델인 개그우먼 김민경의 룩북 화보/ 자료=공구우먼
빅사이즈 여성 의류 업체인 공구우먼이 급락장 속에서도 상한가 행진을 보이고 있다. 공구우먼은 지난 3월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만해도 개그우먼 김민경을 모델로 내세우다보니 '김민경 쇼핑몰' 정도로만 알려졌다. 심지어 공모주 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하락장에서 수익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종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상증자 권리락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변하는 게 아니라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구우먼은 무상증자 권리락 시행 첫날인 지난달 29일부터 3거래일(거래정지 1일 제외)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거래 재개한 이날도 전 거래일 보다 7600원(29.98%) 오른 3만2950원에 거래 중이다.

무상증자 권리락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공구우먼은 주당 16만4750원에 달한다. 지난 3월23일 코스닥시장 상장 첫날 종가(2만원) 대비 723.7% 폭등한 수치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가 22% 넘게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공구우먼은 연초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펀드매니저 참여가 저조해 결국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밴드 최하단보다 30% 낮은 2만원으로 확정했다. 당시 공모 주식수는 112만주로 줄었고, 공모 규모도 2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가 2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734억원에 불과했다.
공구우먼 오프라인 매장 모습. /사진=공구우먼
공구우먼은 지난달 14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지난달 30일,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7월18일이다. 기존 주주는 보유주식 1주당 무상 주식 5주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통상 무상증자는 기업의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으로 옮겨 신주를 발행, 늘어난 신주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즉 무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그만큼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데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증시에는 호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공구우먼 주가 폭등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있다. 지난 주 공구우먼이 2배(무증 이전 주가 환산) 넘게 오르는 동안 개인들은 2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무상증자를 했다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하락 조정된 만큼 가격이 싸게 보이는 '착시 효과'만 일어날 뿐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주가가 낮아지는 것만 보고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상증자 권리락 직전 공구우먼은 장중 12만91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결국 무상증자 이후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적과 성장이다. 공구우먼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 사상 최대치인 100억원대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4.1% 증가해 15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적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공구우먼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보유 중인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의무인수분으로 공구우먼 주식 3만3600주(0.92%·무증 권리락 전 주식수)를 보유 중이다. 지난 6월23일 보호예수가 풀려 곧바로 매도가 가능하다.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공짜로 주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공짜는 아니다"며 "늘어나는 주식비율만큼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춰 한 주당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권리락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상증자의 경우 평소보다 주가가 크게 낮아지거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원래 제자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