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곧 개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가 곧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등과 관련한 일부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 등을 반영한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은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 플랜 등에서 수차례 예고해왔던 사항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4일 일산 킨텍스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2022년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의 일부 세션으로 진행됐으며, 기업 중대재해 담당자 등 4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해 중대재해법에 대한 식지 않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발표에 나선 강검윤 산업안전보건본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점과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지침도 손볼 것

중대재해법은 제정 당시부터 일부 시행령 규정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등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예를 들어 경영책임자가 해야 하는 '안전보건 관리책임자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 기준 마련' 등에서 '충실'이라는 단어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등이 그것이다.

다만 강 과장은 타법에서도 '성실히', '충실히'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고, 대법원도 '충분히 알려야 한다'라는 다른 법의 규정에 대해 명확성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안전난간대가 설치돼있는지까지 직접 확인하라는 내용이 아니며, 기업과 사업장 마다 특성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강 과장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을 좀 더 명확히 하는 것이 (법 준수에) 도움이 된다면,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내용 등을 더 명확하게 하는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에서 중대재해법 상 책임을 지는 '도급'의 범위와 관련한 문의가 많은 점을 반영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침(가이드라인)도 전문가들 의견 수렴해 보완 작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작업이 이뤄질 경우 현재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조사 및 수사를 받거나 기소 중에 있는 경영책임자나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CSO 있어서 CEO는 모른다는 주장, 신중해야"

수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CEO(최고경영자)가 CSO(최고안전책임자)에게 모든걸 위임했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면피성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몰랐다'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강 과장은 "제출 받은 자료나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수사해보면 결국 CSO가 CEO에게 보고하고 결재 받았다는 게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경우 CEO가 아무런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수사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부가 지금껏 CSO만을 타깃으로 수사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고용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을 했는지도 수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개선이 이뤄졌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라'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모든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동종 업계에서 발생한 사고사례 △해당 사업장의 특성 △근로자 의견 청취 △전문기관 자문등을 통해 유해요인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게 중요하다"며 "개선이 이뤄졌는지 반기마다 점검해야 하는 의무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므로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대재해법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도 토로했다. 고용부는 현재 중대재해법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서 '인과관계 입증'이 가장 애로사항이자 중요하게 보는 내용이라고도 밝혔다.

강 과장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곧바로 사망이 발생했는가를 보는 게 아니다"라며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안전보건조치 불이행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중대재해법 4조, 5조)때문인지를 확인하는 이중적 인과관계 입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에서 지난 3월 내놓은 중대재해 해설서와 같은 해석이다. 한편 고용부에 따르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된 이후 지난달 23일까지 산재 사고 82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11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한 상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