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만난 韓日 재계 "수출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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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게이단렌 대표 회의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3년 만에 한일재계회의를 열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각국 정부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부활하고 한·일 통화 스와프를 재개할 것을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회담 빨리 열려야
통화스와프·CPTPP 현안 해결"
두 단체 대표, 尹대통령 예방
4대 그룹 사장단도 참석 주목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두 단체는 1983년부터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왔는데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했다. 양측은 회의에서 상호 수출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과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하는 내용 등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경제인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제안도 나왔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양국의 협력 확대 등이 논의됐다.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한·일 통화 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명예회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한국의 CPTPP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는 2015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 교섭과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은 “일본 경제계에서도 일·한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단체는 회의 직후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존중하고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부활 등으로 민간 교류를 정상화하자는 내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공동 발표한 합의문으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형성해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허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사장단도 함께해 주목받았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각 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두 단체 대표들은 한일재계회의를 끝내고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도쿠라 회장 등을 맞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일 간 경제 인적 교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며, 특히 앞으로 있을 경제안보 시대에 협력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윤 대통령은 “한일재계회의가 3년 만에 재개돼 대표단이 방한한 것은 양국 간 실질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 경제인들이 서로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온 것은 한·일 관계를 이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계획을 소개하면서 “양국 교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본 경제계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도쿠라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중요한 이웃 국가로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긴밀하고 호혜적인 관계”라며 “일본 경제계도 한·일 양국 경제 분야에서 우호 관계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익환/김인엽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