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지방선거 '완진싸'…검수완박·위장탈당에 자멸"

'뺄셈 정치·호남의 환멸·정신승리·혁신공천 실종' 등 나열하며 자아비판
"선거 패인 첫째는 이재명·송영길 공천…김동연·박지현, 희망 요인"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4일 당의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 "쇄신 부재와 민심·당심의 괴리, 전략의 실종에 따른 참패이자 자멸"이라는 반성문을 내놓았다. 민주연구원은 4일 발표한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대선의 0.7%포인트 박빙 승부가 7석(광역단체장 당선 격차), 11%차이로 벌어진 대패"라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서 '완진싸(완전히 진 싸움)'"라고 밝혔다.

민주연구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도로 호남당'으로 축소·고립됐고, 광주의 낮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호남 유권자들도 환멸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뺄셈 정치가 초래한 패배"라며 "이탈한 지지층을 회복하려는 쇄신 노력 없이 검수완박, 위장탈당, 최강욱 성비위 처리, 한동훈 인사청문회의 무능, 박지현 혁신안의 수용 거부 등 집토끼 중심의 전략만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민주연구원은 "'샤이 민주'만 외친 정신승리"라는 혹평과 함께 "'샤이 민주'가 존재했다면 그들은 내성적 민주당 지지층이 아니라, 민주당의 행태에 지지자라는 사실 자체를 부끄럽고 수치스러워하는 민주"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구체적인 패배 요인으로는 "재보선, 대선 등 연속 패배한 정당다운 반성과 혁신의 치열함이 실종됐다"며 "당 쇄신보다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급조된 검찰청법 개정을 강행했다"고 짚었다.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도 거론했다. 민주연구원은 "반성과 혁신을 지방선거 승리전략으로 보고 과감한 쇄신안을 제시했으나 선거를 망치려는 내부총질로 폄훼했다"며 "상식적 수준의 혁신 제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의 행태를 국민들은 절박함이 없는 것으로, 언론은 당권투쟁에 몰두한 결과로 비판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당 혁신 요구와 관련한 내부 분란에는 "분란 자체가 아니라 분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당 계파 갈등으로 비친 것이 선거에 악영향을 줬다"고 평했다.
다만 민주연구원은 자체 조사 결과 "선거 패인으로 비대위 내 분란은 7.5%로, 이재명·송영길 공천 정당성 미흡(23.3%), 국정안정론 우세(19.5%), 부동산 정책 실패(15.9%) 등보다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연구원은 특히 "서울시장 공천, 호남지역 공천 등 곳곳에서 원칙과 기준이 불분명한 공천을 진행해 혁신 공천 시스템 공천이 실종됐다"며 공천 문제가 패배의 큰 원인이었다고 적시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와 관련해서도 "위성정당 문제를 그토록 사과하고도 당심을 앞장세워 위장탈당도 불사하며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속도전으로 처리했다"며 "국민들은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자신이 하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옳다'며 민심을 무시하는 내로남불 행태로 받아들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자들의 득세로 대화와 토론,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며 "건강한 다수가 민주당을 멀리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략의 측면에서는 "견제론과 균형론, 일꾼론, 쇄신론 등이 우왕좌왕 제기됐다"며 "역대 유례 없는 '슈퍼 허니문' 선거라는 점에서 견제론은 한계가 있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세대·이념·지역의 고립 상황에서도 수수방관한 확장전략의 부재, 젠더 균열에 대한 대응전략의 부재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다만 민주연구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희망도 찾을 수 있다며 앞으로 당의 활로를 제시했다.

민주연구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 속에 선거를 치른 김은혜 후보를 이김으로써 민주당에 쇄신을 바라는 국민 정서를 확인시켰다"며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당선에 영향을 줬다는 것은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라고 해설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의 5대 혁신안은 분란 속에서도 넓은 국민 공감대를 확보했다"며 "지방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혁신의 길로 들어설 계기를 만든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030 여성'의 전폭적 지지도 희망의 요인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20대 여성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