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첫 6% 물가 상승…언제가 정점일까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6.0% 뛴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의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난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관심은 7월 이후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6%대 물가 상승은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었다. 관건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상승률이 어디까지 치솟을지라는 분석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상승했다. 5월(5.4%) 보다 상승폭이 0.6%포인트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섰고, 올 3월부터 4%대로 치솟았다. 그리고 5월과 6월 잇따라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다.

물가 상승은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의 물가상승 기여도(전년 동월 대비)는 각각 3.24%포인트, 1.78%포인트다. 이 두 분야가 물가를 5% 이상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경유(50.7%), 휘발유(31.4%), 등유(72.1%) 등 품목의 상승률이 높았다. 개인서비스 분야에서는 보험서비스료(14.8%), 치킨(11.0%) 등의 가격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전문기관 등은 일단 당분간 6% 물가상승률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하방요인은 불확실하고, 상방요인은 더 많은 상황"이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6%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기재부도 이날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 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및 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당장 이달 1일부터 전기 및 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됐다. 전기·가스요금 자체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이 설명이지만, 공공요금이 다른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전기료 및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인서비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는데다 9월 초 추석연휴를 앞두고 농수산물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장마 등 기후 관련 변수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다만 9월 이후 물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물가상승률 정점은 6~8월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향후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가세할 경우 정점 형성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정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과거 물가 급등기 지속기간은 7~27개월 수준인데, 이번 물가 급등기는 이미 20개월 이상이라는 이유다. 또 작년 10월부터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기저효과 때문이라도 하반기부터 물가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아직 물가 상승 정점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률이 다소 진정될 수는 있지만, 한동안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운선 심의관은 물가상승률이 7~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는 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