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 수는 있겠지" 코로나 시대 힘겨운 생존 분투기

이인애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이예은 '콜센터의 말'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버티는 자영업자와 여행사 직원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인애의 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문학동네)와 이예은의 에세이 '콜센터의 말'(민음사)로 모두 지난해 12월 제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작품들이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는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대기업 과장 출신 소상공인의 생존 분투기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사건으로 사직한 이대한은 고심 끝에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스터디 카페를 차린다. 대출까지 끌어와 가게 문을 열지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고 영업시간도 제한된다.

거리두기는 2주씩 계속 연장되고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도 든다.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보겠다며 얇디얇은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버티고 있는 심정이었다. "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진 그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의사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변 자영업자들을 인터뷰해 글로 남겨보라고 조언한다.

초짜 자영업자인 그는 횟집, 양장점, 미장원 등을 운영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그러더라고요. 버티다 보면 또 좋은 일 생기겠죠." 횟집 사장님의 말이다.

매장 운영을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뛰어든 대한은 같은 건물에서 동일 업종을 운영하겠다는 임대인의 횡포에 절박하기만 하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그래 어떻게든 살 수는 있겠지."
'콜센터의 말'은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일본 콜센터에서 520일'에 저자가 고객과의 에피소드와 콜센터 바깥의 이야기를 추가해 엮었다.

2015년 한국에서 호텔 홍보 일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산 저자는 2020년 1월 일본 여행사 콜센터 상담원으로 입사한다.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는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상담원은 "대단히 유감이지만"과 같은 일상에서 사용한다면 과잉됐다고 여길 법한 존경과 겸양의 말들로 고객을 응대한다.

자존심이 세 사과에 서툴렀던 저자는 콜센터에서 일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숨 쉬듯 용서를 비는 인간'이 됐다.

'진상 고객' 앞에서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란도 겪는다.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코로나19가 덮쳐 여행 취소와 조건 변경에 따른 고객 불만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도 콜센터 상담원이다.

"죄송합니다"란 말이 입에서 떠날 날이 없었다.

"야", "너" 같은 호칭부터 익명의 고객이 수화기 너머에서 고성을 지르며 하는 무례한 말들은 때론 상담원에게 깊은 상흔을 남긴다.

"고마워요" 같은 고객의 배려 섞인 한마디는 하루를 너끈히 버티게 하는 힘을 준다. 저자는 520일 만에 헤드셋을 벗고 퇴사하는 날, 짙은 분장과 무거운 의상을 벗어 던진 배우처럼 무대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