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050 탄소중립에 필수"…IEA의 충고 [남정민의 생생현장 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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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자력과 안정성 있는 에너지 전환(Nuclear Power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1976년 설립된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에너지협의체로,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협의체입니다.보고서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력 생산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dispatchable) 원전을 활용해야 하며, 원전 없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란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IEA는 “안전과 폐기물 문제로 몇몇 국가는 원전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인도 등 점점 더 많은(growing numbers of) 국가들이 원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믹스 다양성(diverse)의 가치가 높아졌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만큼 안정적이고 경제성있는 에너지원을 찾기 힘들며 △수소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량의 전력 생산은 원전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원전을 제한하는 것은 탄소중립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 높이고, 그 목표 달성을 더 힘들게 할 뿐”이라며 “원전을 제한함으로써 생긴 에너지 공백을 태양광·풍력이 채워야 하고 탄소포집(CCUS) 시설을 더 세워야 하는데,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료 부담은 200억달러(약 26조원)가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또 원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필수적(indispensable)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보고서는 “현재 세계 63%의 원전이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이고 선진국의 경우 2030년까지 운영가능한 원전은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며 “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NZE·IEA’s Net Zero Emissions by 2050 Scenario)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의 수명이 연장되면 다른 저탄소배출 에너지원에서 200GW(기가와트) 만큼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IEA의 수장인 파티 비롤 역시 지난달 초 덴마크에서 기자와 만나 “에너지 대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우리가 가진 선택지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산업부는 그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 역할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고, 환경 측면에 지나치게 경도됐다”고 설명했습니다.물론 원전 밀집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숙제가 남았다 하여 원전을 아예 선택지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리적, 기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한국은 더욱 그렇습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짜여지고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1976년 설립된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에너지협의체로,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협의체입니다.보고서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력 생산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dispatchable) 원전을 활용해야 하며, 원전 없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란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IEA는 “안전과 폐기물 문제로 몇몇 국가는 원전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인도 등 점점 더 많은(growing numbers of) 국가들이 원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믹스 다양성(diverse)의 가치가 높아졌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만큼 안정적이고 경제성있는 에너지원을 찾기 힘들며 △수소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량의 전력 생산은 원전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원전을 제한하는 것은 탄소중립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 높이고, 그 목표 달성을 더 힘들게 할 뿐”이라며 “원전을 제한함으로써 생긴 에너지 공백을 태양광·풍력이 채워야 하고 탄소포집(CCUS) 시설을 더 세워야 하는데,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료 부담은 200억달러(약 26조원)가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또 원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필수적(indispensable)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보고서는 “현재 세계 63%의 원전이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이고 선진국의 경우 2030년까지 운영가능한 원전은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며 “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NZE·IEA’s Net Zero Emissions by 2050 Scenario)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의 수명이 연장되면 다른 저탄소배출 에너지원에서 200GW(기가와트) 만큼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IEA의 수장인 파티 비롤 역시 지난달 초 덴마크에서 기자와 만나 “에너지 대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우리가 가진 선택지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산업부는 그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 역할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고, 환경 측면에 지나치게 경도됐다”고 설명했습니다.물론 원전 밀집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숙제가 남았다 하여 원전을 아예 선택지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리적, 기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한국은 더욱 그렇습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짜여지고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