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심포니 14년 만에 내한…"셰프 특선요리 같은 공연"

'엘 시스테마' 출신 음악감독 "팬데믹으로 관객과 소통의 중요성 깨달아"
오늘부터 8일까지 서울·대구·통영서 공연…선우예권·힐러리 한 협연
"이번 내한 공연은 관객에게 제공하는 '오마카세'('셰프 특선요리'를 뜻하는 일본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곡들을 들으며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14년 만에 내한공연을 여는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신임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42)는 이번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북미를 대표하는 명문 오케스트라인 몬트리올 심포니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한국인 최초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나선다.

몬트리올 심포니는 6일에는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공연을 열며 7~8일에는 대구와 통영에서 관객을 만난다.
라파엘 파야레 감독은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전처럼 투어를 다시 하게 돼서 기쁘다"며 "몬트리올 심포니로서는 14년 만에, 제 경우엔 7년 만의 내한인 이번 공연에서 저희의 열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출신 젊은 거장으로 올해부터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인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에 입문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민층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만들었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같은 세계적 음악가도 배출했다.

파야레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것이 나에겐 큰 특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엘 시스테마는 음악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며 오늘의 저를 있게 해 준 감사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베네수엘라의 정세가 복잡해지며 엘 시스테마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엘 시스테마의 일원으로서 계속해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팬데믹 시기에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파야레는 "지난 2년간 관객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함께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단지 무대만 생각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며 음악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5일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다장조를 협연하는 선우예권은 "지난 6월 1일 몬트리올에서 처음으로 파야레 감독과 리허설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최근 같은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대해 "대회 전부터도 잘 알던 사이였고, 우승 이후 개인적으로도 축하 인사를 했다.

연주가 매우 인상 깊었고,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6일 공연부터 협연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정확하고 냉정한 연주로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별명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젠 공주에서 여왕으로 한 단계 올라갈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에 대해 "서로 달라 한두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모두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훌륭한 연주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만난 한국 연주자들은 모두 음악을 매우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이들이었다"고 했다.
5일 내한 공연에서는 선우예권과 함께하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다장조를 비롯해 라벨의 '라 발스', 바르톡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 드뷔시의 '바다'가 연주된다.

6~8일 공연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선보이며 힐러리 한이 무대에 올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파예르 감독은 "말러의 교향곡부터 드뷔시, 라벨의 곡들은 몬트리올 심포니의 DNA를 보여주는 곡들"이라고 소개하고 "앞으로도 몬트리올 심포니와 다양한 음식을 맛보듯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