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예산 삭감…업계 반발

"연간 20여편 제작지원 사실상 중단…인큐베이팅 역할 포기"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해 온 서울산업진흥원(SBA)이 관련 예산을 줄이자 애니메이션 업계가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이하 독립애니협회) 등 7개 단체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SBA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중단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오는 7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성명서 연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관련 단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SBA가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독립애니협회 등에 따르면 SBA는 산하 콘텐츠본부(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예산을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 12억5천만원으로 삭감했고,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 직접 지원 사업이 사실상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축소됐다.

기존 단편 애니메이션(10편) 지원 사업을 비롯해 웹 애니메이션(10편) 지원 사업, 상업 애니메이션(1편) 제작 지원이 모두 끊기게 됐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 측은 "단편 애니메이션 창작자를 모두 죽이는 결정"이라며 한국 애니메이션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제작 지원을 줄이는 것은 산업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팽개치고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최근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이 올해 칸 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태일이'와 '각질'이 각각 콩트르샹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학생 졸업작품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2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실사 드라마로 제작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다.

최유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은 "'돼지의 왕'을 만든 연상호 감독도 처음에는 SBA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받아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런 제작 지원이 발판이 돼 상업이든 장편이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나가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이 도약하는 시점에 지원 축소 결정이 나왔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BA 측은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 중단이 아니라 지원 방식이 변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원 대상 범위를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웹소설, 웹툰, 드라마, 캐릭터 등으로 확대하며,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 지원은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유통과 홍보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유통보다는 제작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