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찬도 퍼포먼스 위해 영화 구성"…장혁의 액션론

'더 킬러'서 액션 내공…"액션은 다양하게, 드라마는 단순하게"
"성룡(청룽·재키찬)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를 구성해요. 드라마는 액션에 대한 동기부여입니다.

드라마를 단축해서 심플하게 만들었어요.

"
6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장혁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펀치를 날리는 '로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10년 넘게 복싱과 절권도를 연마하며 몸을 만들고 액션 호흡을 다듬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에서 그동안 쌓은 내공을 한껏 펼쳐 보인다.

'더 킬러'는 작정하고 장혁의 액션을 담기 위해 만든 영화다. 은퇴한 전직 킬러 의강(장혁 분)이 어쩌다 맡게 된 소녀 윤지(이소영)를 위기에서 구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악당들을 처치하는 이야기다.

소녀를 구출하는 킬러는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막론하고 흔하게 등장해온 캐릭터다.
영화는 원작 소설의 드라마 요소를 대거 생략했다. 결말이 예상되므로 다채로운 액션으로 최종 목표물을 향해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전략이 영리할 수 있다.

장혁은 영화의 액션 장면들에 대해 "배우 간 합이 아닌 목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를 구하기 위한 단서를 찾는 와중에 무언가를 처리합니다.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고 다음 단서를 찾아가는 게 목적이죠. 퍼포먼스만 보여주기 위한 느낌이 되면 목적이 아니라 행위만 보일 수밖에 없어요.

" 이는 무술을 해본 배우와 안 해본 배우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고 장혁은 말했다.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무기와 공간을 폭넓게, 음악과 조명은 현란하게 사용했다.

장혁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난타' 같은 느낌의 사운드와 합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고점 액션'이라고 표현했다.

절대적인 존재가 방해물을 하나씩 제거하며 싸움을 평정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저점 액션'은 인물들이 힘을 합쳐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경우다.

리샤오룽(이소룡·브루스리)이 고점 액션이라면, 청룽은 저점 액션을 즐긴다고 했다.

장혁은 배우들 또는 복싱 스파링 파트너끼리 '연대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성치 사단처럼 연대감 있는 배우들이 각자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가 있을 때 영화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요.

시합에 나가기 위해 운동하는 친구들과 연대감을 갖고 가는 느낌도 좋습니다.

"
영화에는 장혁과 평소 친분이 있는 차태현과 손현주가 카메오로 출연한다.

의강의 과거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인물들이다.

차태현은 시체 처리업자, 손현주는 총기 판매상 역할을 맡았다.

장혁은 "같이 작업한 배우끼리 담백함과 연대감이 있다"고 했다.
장혁이 자신의 액션 연기뿐 아니라 작품의 전반적 콘셉트와 캐스팅까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기 때문이다.

액션 디자인도 무술감독과 함께했다.

장혁은 드라마 '추노'(2010)부터 영화 '검객'(2020)까지 액션에 일가견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액션배우로만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액션을 좋아하지만 액션배우로 한정짓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사극처럼 밀도 있는 연기나 빌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절권도를 시작한 것도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색깔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잘하는 것만 하면 언젠가 바닥이 날 걸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