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인력난에 납품단가까지…대기업發 임금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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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선 연구위원 분석, 2018년보다 악화…올해 더 심할 듯"대기업 임금과 차이가 크다보니 신입사원의 30%는 1년내 퇴사합니다."(A중소기업 대표)
저임금 고착화 등 악순환, 비용 압박에 납품 기업 피해 커져
생산성은 OECD 하위권…文정부 친노동 정책에 격차 심해져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적자를 감수하고 임금을 또 올렸습니다."(B중소제조업체 대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심화되며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통계를 산출한 결과 3년 전에 비해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인상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2018년 수준 회복 못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美 佛 日 등 주요국보다 심각
6일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고용노동부 원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근로자 5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500인 미만 중소기업 평균 임금 비율은 지난해 60.5%를 기록했다. 평균 임금은 급여에 상여금, 성과급 등을 합쳐 월평균으로 산출한 값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351만9000원으로 대기업 임금(581만5000원) 보다 229만6000원(65%) 낮았다. 이 격차는 3년 전에 비해 20만1000원 더 벌어졌다. 지난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 임금 비중은 코로나19사태로 서비스업종의 타격이 컸던 전년(58.8%)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3년 전인 2018년(60.9%)에 비해 악화된 수준이다. 이 비중은 2015년 사상 최저 수준인 53.1을 기록한 이후 내일채움공제 등 중소기업 근로자 지원정책 효과로 점차 개선되다 2018년을 기점으로 꺾여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문제는 올해다.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이 올해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급격하게 임금을 올려 올해 임금격차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 연구위원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이 비중이 70~90%대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종, 여성근로자 집단에서 대중소 임금 격차 점차 커져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남성보다는 여성 근로자 집단에서 더 심해지는 추세다. 서비스업종에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엄 임금 비중은 2018년 66.6%에서 지난해 63.6%로 떨어졌다. 서비스업에는 정보통신(IT)업 등 고임금 일자리와 도·소매업 등 저임금 일자리가 몰려 더욱 격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성 근로자의 경우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이 2018년 64.4%에서 2021년 60.4%로 하락했다. 지난해 여성근로자의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271만5000원으로 대기업 평균 임금(449만2000원)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남성 평균 근로자 임금(405만2000원)과도 격차가 컸다. 노 연구위원은 "숙박, 음식 등 서비스업 저임금 근로자 중 여성 비중이 높은 상태"라며 "여성 전문인력 공급을 촉진하고 중소 서비스업종의 생산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중기 저임금 고착화에 납품단가 문제까지…대기업 임금 급등의 '나비효과'
대기업의 급격한 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발하고 이직을 촉발시켜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수의 99%, 근로자의 83%를 차지하는 688만개 중소기업의 경쟁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인력 미충원율(구인 인원 대비 미충원 비율)은 중소기업이 14.7%로 대기업(5.6%)의 3배에 육박했다. 중기 인력 미충원율은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p) 상승한 반면 대기업은 1.1%p상승에 그쳤다. 1분기 중기 미충원 인력은 16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만8000명(71.3%) 늘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인력난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교육·생산성·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감소시켜 중소기업의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시킨다"며 "대기업 역시 과도한 임금과 복지비용 상승은 중소기업 납품단가 압박으로 이어지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려한 대로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2020년 기준)은 시간당 45.8달러로 프랑스(79.7달러), 미국(79.6달러), 독일(76.7달러), 영국(70.3달러), 일본(50.0달러) 등 주요 선진국에 크게 뒤쳐진데다 OECD 평균(59.4달러)의 77.1%, 주요 7개국(G7) 평균(71.2달러)의 64.3퍼센트에 불과한 상태다.
친노동계 정책에 더 악화된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임금 격차가 심화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단체장은 "과거 정부 정책이 대기업 근로자위주로 구성된 양대 노총에 우호적이다보니 이들의 임금과 복지비용은 크게 향상된 반면 1744만명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이다. 야근과 특근에 따른 잔업 수당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당수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월급이 감소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조선업 근로자의 82.4%는 주 52시간제 도입 후 임금이 감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월급이 100만원가량 줄어 생계가 어려워지자 배달 등으로 '투잡'을 뛰는 사례도 늘었다. 노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것과 함께, 중소기업과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