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最古) 서양식 세계지도 '만국전도' 예천박물관에 둥지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세계지도인 만국전도(萬國全圖)가 경북 예천박물관에 둥지를 틀었다.

만국전도는 조선시대 예천 용문면에서 태어나 승지(承旨)를 지낸 박정설(朴廷薛 1612∼1693)이 이탈리아 선교사 줄리오 알레니(Giulio Aleni 1582∼1649)가 편찬한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1661년에 채색하고 필사해 만든 지도다. 국내 현존하는 서양식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레니의 만국전도에는 없는 울릉도와 백두산이 표시돼 있어 조선시대 식자층의 영토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지난 1989년 8월 1일 보물로 지정된 만국전도는 박정설의 후손이 서울로 이주한 뒤인 1993년 9월 서울에서 도난당했으며 25년 만인 2018년 11월 경북 안동의 한 식당 벽지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을 문화재 당국이 회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박정설의 후손이 지난 2020년 8월 당시 개관을 6개월 앞둔 예천박물관에 기탁하기로 약속했으나 소유권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서 2년 가까이 지난 이달 1일에야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박물관측은 오는 10월 독도의 달에 만국전도를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만국전도가 우여곡절 끝에 예천에 돌아왔다"며 "이로써 예천박물관은 보물 268점을 확보해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