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 "고교때부터 수학 집중…사실 수포자는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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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받은“올해 초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이 통화를 요청해와서 상을 주려는 건가 생각했는데 맞았다. 수상 소식을 듣고 자고 있던 아내를 깨우자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고 다시 자더라.”
허준이 교수 기자 간담회
'순수 수학' 강의 듣고 수학에 푹~
아직도 헤어나질 못하고 있어
아내, 수상 소식에 "될 줄 알았어"
제2, 3 필즈상 수상자 나오려면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 제공돼야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는 6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 수상 사실을 처음 들은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며 웃었다. 허 교수의 부인은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에서 만난 김나영 박사다.허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부모님이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이고 모친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수학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고교 때부터는 수학을 열심히 했기에 수학포기자(수포자)라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등단 시인을 꿈꾸며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쳤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는 기형도 시인을 꼽았다. 허 교수는 “어릴 적 가장 열정이 있었던 것은 글쓰기였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우연한 기회에 ‘순수 수학’ 강의를 듣고 수학에 빠졌다”고 했다.
수학의 매력에 대해서 그는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어 10여 년 전 수학에 빠진 이후에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다른 동료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서 생각을 주고받으며 이해하는 양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그동안 몰랐던 난해한 구조를 이해하면서 굉장히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했다.제2, 3의 필즈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지 묻자 허 교수는 “부담감을 느끼며 단기 목표를 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마음 편하게 즐거움을 좇으며 장기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IMU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2022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계 수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2개 국가가 참여하는 IMU는 허 교수가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수학계의 오랜 난제인 ‘리드 추측’ 등 10여 개 난제를 해결한 공로를 높이 샀다. 필즈상은 수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4년에 한 번씩 수여하는 상이다.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상으로 노벨상에 필적하는 권위를 지닌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