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슬럼플레이션' 덮치나

더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

유가 급락·달러 가치 급등
국채 장단기 금리도 역전
경기 침체 공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가치가 뛰면서 원화 가치는 1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원·달러 환율 급등)했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보다 경기가 나쁜 슬럼플레이션(슬럼프+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8.24%(8.93달러) 폭락한 배럴당 99.50달러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공급 불안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전망이 시장을 짓누른 결과다. 미국 채권시장에선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837%를 기록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연 2.831%)를 추월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장·단기 금리 역전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전형적인 경기 침체 신호다.

유럽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유로화 가치가 유로당 1.028달러로 내려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원 오른 1306원30전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11원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원) 후 13년 만에 처음 1310원을 넘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와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역전됐고 3년 만기 국채와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달째 역전 상태가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2.13% 내린 2292.01에 마감하며 2020년 10월 30일 이후 1년8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됐다.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수출도 둔화하면서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2.2%에 이어 4분기 -0.1%, 내년 1분기-0.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슬럼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조미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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