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었으면 욕 날아온다"…테슬라 자율주행 어떻길래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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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내러티브 시승기 ①
엑셀에서 발 떼자 “어,어, 오~” 앞차 잘 따라가
끼어들기는 쩔쩔.. 뒷유리에 '왕초보' 붙이면 딱
"초보 기사라도... 장거리 출퇴근자에겐 신세계"
![서울 강변북로에서 테슬라 자율주행을 체험하고 있는 백수전 기자. /사진=김성희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1.30554313.1.jpg)
테슬라에 대한 비판 기사에 으레 달리는 댓글입니다. 자율주행 사고, 배터리 폭발, 단차 문제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열성 테슬라 차주들은 반박합니다. “테슬라는 타봤냐” “차주들은 만족하는데 왜 언론이 깎아내리느냐” 등의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 “테슬라를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이렇다보니 ‘테슬람’(테슬라에 대한 열정이 종교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한국에서 ‘테슬람’이라고 하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 주식 테슬라(티커 : TSLA)에 투자한 열성 개인 투자자를 지칭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는 지난 5월20일 기준 테슬라 주식을 1663만5000주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체 테슬라 주식의 1.6% 정도입니다. 최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하면 테슬라 지분율이 다섯째로 높은 투자자 그룹입니다. 서학 개미라고 하면 테슬라에 한 주(株) 이상 투자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는 트위터 및 유튜브입니다.
‘테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다른 하나는 바로 테슬라 차량을 보유한 차주들입니다. 자동차 포털 카이즈유에 따르면 작년 테슬라는 국내에서 1만7828대를 팔았습니다. 판매 대수로 독일 자동차 3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수입차 4위입니다. 과거엔 렉서스나 폭스바겐이 차지하던 자리였습니다. 국내에서 테슬라 차주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들은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량 관련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물론 투자자와 차주 둘 다 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찐 테슬람’입니다.![서울 여의도에 있는 테슬라스토어 정문. 테슬라 차량을 구경하고 시승도 할 수 있다. /사진=백수전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1.30554860.1.jpg)
“바람이 느껴졌어요, 미래의 바람이”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2010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몰아 본 뒤
집사의 마음엔 ‘모델3보다 모델Y’
“이게 모델Y인가요? 너무 예쁘네요”테슬라 여의도 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멍냥 기자’는 파란색 모델Y에 감탄했습니다. 강렬한 빨간색 모델3가 더 눈에 들어올 법도 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강아지를 태우려면 이렇게 큰 SUV가 좋을 것 같아요” 한눈에 봐도 모델Y가 모델3보다 훨씬 커 보였습니다. 모델3의 제원은 길이 4694㎜, 너비 1849㎜, 높이 1443㎜입니다. 모델Y는 길이 4751㎜, 너비 1921㎜, 높이 1624㎜입니다.
물론 가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모델3는 7월 현재 스탠다드 7034만원, 롱레인지 8351만원, 퍼포먼스 모델이 9417만원부터입니다. 모델Y는 롱레인지 9485만원, 퍼포먼스 모델이 1억196만원부터입니다. 롱레인지 모델을 기준으로 모델Y가 1000만원 이상 비쌉니다. 올해 전기차 국가 보조금은 차량 가격 5500만원~8500만원일 경우 50%를 지급합니다. 서울시 기준으로 모델3 스탠다드와 롱레인지는 약 415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델Y는 보조금조차 받지 못합니다.
테슬라 운전석에서 벤츠가 떠오른 까닭
첫 시승은 모델Y였습니다. 검은색과 흰색 두 대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테슬람 기자'는 흰색 차를 선호하지만, 육중한 모델Y는 검은색이 더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큼지막한 15인치 터치스크린입니다. 그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테슬라를 처음 타본 사람들은 이 점에서 적잖이 당황합니다. 차량 제어, 오디오 조작, 에어컨 공조기 등 테슬라의 모든 기능은 이 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물리 버튼이 없으면 운전할 때 위험하지 않을까. 동승한 테슬라 어드바이저는 “익숙해지면 훨씬 더 편하다”며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기어는 벤츠식 칼럼 시프트입니다. 초창기 테슬라는 벤츠의 모그룹인 다임러와 협력관계였습니다. 다임러는 2009년 테슬라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을 때 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10%를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모델S 개발에 다임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상당히 반영됐습니다. 이들의 밀월 관계는 2014년 다임러가 테슬라 주식을 전량 팔아치우며 끝납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정도로 여겼던 테슬라의 사세가 너무 커졌다는 게 이유였습니다(찰스 모리스 《테슬라 모터스》).
“운전의 90% 이상을 컴퓨터가 맡는 자율주행차를 3년 내 만들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2013년 첫 자율주행차 계획을 발표하며
테슬라 자율주행, 제법 잘 하긴 하는데...
엑셀레이터를 밟고 차량이 출발합니다. 시승은 여의도~강변북로~노들길~여의도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주행 질감이 생각보다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전기차답게 정숙하긴 했지만 렉서스 하이브리드 세단처럼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어색한 것은 가속페달의 회생제동 기능입니다. 발에서 가속페달을 떼면 부드럽게 멈추는 게 아니고 브레이크를 밟은 듯 급하게 제동이 걸립니다. 시승 내내 불편했고 동승자들에게 신경이 쓰였습니다.테슬라를 시승한다고 하면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자율주행 기능입니다. 테슬라 측에서도 가장 공을 들여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주행 중 칼럼 시프트를 두 번 내리면 자율주행 모드가 시작됩니다. 시승한 모델Y는 904만원짜리 FSD(Full Self Driving) 옵션이 장착된 차량이었습니다. FSD는 고속화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과 자동차선 변경, 자동 주차, 차량호출 등의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교통신호등 감지와 시내 자율주행은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좌우 깜빡이를 켜면 자동차선 변경이 가능합니다. 차량이 많은 구간에서도 쉽게 끼어들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기다려봤습니다. 옆 차가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습니다. 모델Y는 마치 초보운전자처럼 쩔쩔매며 끼어들지 못하고 옆 차를 따라가기만 합니다. 차선을 막고 느리게 가니 뒷차가 "빵빵" 경적을 울렸습니다. 능숙한 운전자라면 충분히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무리하게 끼어들기는 못 해요” 자신감 넘치던 어드바이저의 목소리에 힘이 살짝 빠졌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전국에서 ‘운전 난도 최고’라는 부산의 도로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2편에서 계속▶‘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