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업 살려낸 경북의 '용감한 형제' 기업

농업회사법인 한국에코팜

CJ와 손잡고 종자산업 육성
콩·벼·녹두 등 원물 대기업 납품

김영균·상균 형제 의기투합
예천 등 지역 농민 영농 바꿔
계약재배 전국 450농가로 확대
한국에코팜과 CJ브리딩 직원들이 올해 전국 농가에 나눠줄 종자 소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코팜 제공
서울서 유아용품 매장을 하다 10년 전인 2012년 귀향해 사회적기업 한국에코팜을 설립한 김영균씨와 동생 상균씨는 경북에서 ‘용감한 형제들’로 통한다. 명맥이 끊길 뻔한 한국의 종자산업을 대기업인 CJ와 함께 살려내며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채종단지를 운영해 종자 콩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콩 벼 녹두, 햇반용 쌀 등 국내산 농산물의 종자를 생산한 뒤 이를 농민들에게 보급해 품질이 좋은 콩 벼 녹두 등 원물을 생산한다. 생산한 농산물은 CJ등 대기업에 납품한다.두 형제의 농업모델은 고향인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뿐만 아니라 상주 구미 안동 경북 의성 영양 영주 농민들의 삶과 영농을 바꿨다. 고령화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진 농민들은 비닐하우스에서 품팔이를 해왔다. 온종일 품을 팔던 농가의 어른들은 종자 생산으로 안정된 일거리를 찾았다. 김 씨 형제가 운영하는 한국에코팜 직원들이 계약물량 확보, 수확 포장, 배송 등 힘든 부분을 모두 도맡아 해준다. 마을 어른들은 특기인 농작물 관리만 잘하면 안정된 수입과 주말도 보장이 된다. 소멸 위기를 맞은 농촌의 고령화된 농민과 청년들이 함께하기에 안성맞춤인 농업 모델이다.

처음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는 10곳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예천군에만 150 농가, 경북을 포함 전국에 450 농가까지 확대됐다. 한국에코팜과 농민들의 논타작물 재배면적도 30ha에서 100ha로 늘어났다. 그 사이에 외국 종자에 점령당한 농산물은 점점 우리 종자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에코팜의 모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값이 폭등한 올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CJ와 한국에코팜이 10년 전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수입농산물을 그들이 원하는 가격에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경북 사회적기업계의 평가다. 김 대표는 “콩나물 콩은 우리 콩이 전국을 제패했다”며 “녹두 등 새로운 작물도 우리 종자와 원물의 보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CJ브리딩과 함께 일하는 한국코팜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CJ가 좋은 종자(반도체)를 설계하면 한국에코팜(파운드리공장)에서 종자가 우리 농토에 맞는지, 수율은 높은지를 테스트한다. 320종의 잔류농약 검사, GMO 검사, 발아체 발아율 검사 등을 통해 최고의 종자를 선별해 길러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CJ브리딩과 함께 선택한 좋은 종자를 농민들에게 보급해 콩과 녹두, 햇반용 쌀 등을 생산한다. 좋은 우리 종자를 개발해 수율을 좋게 해 경쟁 농산물과 초격차를 내는 것이 한국에코팜과 CJ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코팜의 농업 모델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지금도 CJ가 원하는 물량을 반도 못 채우는 품목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업고를 졸업한 2세들이 가업을 이어 한국에코팜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새로운 모델로 농사짓는 농부, 월급 받는 농부, 부모님의 농업을 잇는 청년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안동 생명과학고를 졸업하고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김희성씨는 한국에코팜과 함께 일하며 4만여㎡이던 농사 규모를 8만㎡로 확대했다. 김 씨는 “김영균 대표는 우리 같은 젊은 농부에게 최고의 롤모델”이라며 “고령화로 묵히는 땅이 갈수록 늘어가는 농촌에 제2의 한국에코팜 같은 사회적기업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천=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