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알 1000원~2000원, 2000가구서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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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 농장 킹스파머스성악을 전공하고 경남 창원에서 음악 교사를 하던 여기혁 킹스파머스 대표는 2015년 교편생활을 접었다. 양계업을 하던 부친의 사업을 20년간 돕다 완전히 새로운 동물복지 방식으로 닭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여 대표는 전 재산을 투자해 친환경 자연 방사 유정란 방식의 양계시스템을 완공했다.
경주서 4개동의 닭 계사 운영
660㎡ 한 동 건축비만 7억원
한 동에 1000마리 쾌적 환경
대기업 등서 납품 요청 줄이어
평균 매출 8억, 올 10억원 목표
킹스파머스의 본사가 있는 경주의 양계장은 일반적인 계사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1만3000㎡의 농장에는 여 대표가 새로 만든 7.5m 높이의 계사가 네 동이 있다. 660㎡의 계사 한 동에 든 건축비만 7억원이다.계사 지붕은 어긋나게 설계해 더운 공기는 빠져나가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도록 했다. 일반 계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계사 한 동에 키우는 닭의 숫자다. 여 대표는 “공장형 창이 없는 계사에는 660㎡에 최고 2~3만 마리의 닭을 키우지만, 이곳은 1000마리만 키운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공장과 같은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나는 계란을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며 “아직도 동물복지로 생산하는 농가는 전체 농가의 3%도 안 되지만 변화는 생산자보다도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높더라도 건강하고 윤리적인 환경에서 나온 계란을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계란 한 알에 1000원(약초란) ~2000원(청란)이지만 킹스파머스의 계란을 정기구독하는 가구가 2015년 300가구에서 최근에는 2000가구까지 늘었다.동물복지를 위해 넓은 환경에서 키우다 보니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어 수요를 다 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 대표는 “현재 6000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올해 경주와 포항의 농장을 통해 사육 규모를 1만 마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균 8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0억원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여 대표는 “플랫폼 기업과 대기업 등에서 대규모 납품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킹스파머스의 스마트팜 첨단 계사 한동에는 수탉 한 마리에 암탉 15~20마리 등 한 가족만 사는 방이 58칸 있다. 여 대표는 “국내 유일의 한 가정 사육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킹스파머스의 닭들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호텔식 생활을 하고 있다. 닭이 사는 공간도 1개 층 뿐이다. 닭장 위로는 안개분무기가 설치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먼지도 제거한다. 여 대표는 계사 안의 온도 습도 가스를 자동으로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관리한다.
계사 밑 땅에는 사람 키 높이 만한 되는 곳에 500mm 관을 묻어 지열 냉난방이 되도록 했다. 바닥에 미생물이 많은 부엽토를 30㎝ 깔고 그 위에 볏짚 그리고 고초균, 유산균, 방선균, 효모균 등 토착미생물을 배양해서 뿌렸다. 닭들이 흙 목욕을 할 수 있어 진드기로부터도 안전하다. 살충제를 줄 필요가 없다. 사료도 18가지 친환경 곡물과 산야초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공급해 고품질 유정란을 생산한다.여 대표의 계사에는 일반 농장과 달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닭똥도 부엽토 미생물 볏짚 효소와 함께 자연 발효되기 때문이다. 닭들이 사는 계사는 문을 통해 바깥의 개별 방사장과 연결돼있다.
여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수익이 나겠냐고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는 “스마트팜인 친환경 양계장을 모듈식으로 공급해 청년 축산인들도 동물복지 축산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