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농공단지 토지 용도 변경 승인…땅주인은 전직 시장 아들

광주 소촌산단, 땅값 22억원 상승 예상…석연치 않은 승인 과정·내용 논란
지가 상승이 따르는 광주 농공단지 내 토지 개발계획 변경이 이례적으로 승인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신청인이 박광태 전 광주시장의 아들인데다가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하는 등 승인 절차와 내용도 석연치 않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 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광산구 소촌 농공단지(산단) 개발계획 일부 변경안을 조건부 승인했다.

단지 내 산업시설 구역에 포함된 4천500여㎡를 지원시설 구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산업시설용 토지가 지원시설로 바뀌면 땅값이 뛰게 돼 사업자는 예상 상승분의 절반인 11억원을 광산구에 공공이익 환수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보수적인 예상치인 점을 고려하면 절차가 완료될 경우 사업자는 11억원 이상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신청인은 박 전 시장의 아들로, 해당 토지에 스마트 정비 공장을 지어 차량 정비, 자동차 산업 관련 체험 시설 등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최종 승인까지 사업 계획에 반영하도록 한 조건(심의 의견)은 무려 24건으로 심의위원회도 특혜성을 인정했다.

'특혜성이 있는 안건이므로 이를 상쇄할 공익적 가치 제시'가 첫 번째였다.

지원시설로서 용도 변경 타당성 검토, 토지이용계획 변경 시 공익적인 사업계획 제시, 생산활동 지원시설 의미 적용 적정성 검토 등도 이행하도록 했다. 사업 내용을 구체화한 상세자료 보완, 공장 설계 도면상 구체성 부족, 사업 내용 상세 자료 보완, 건축물 목적·용도·공간 활용 계획 부족, 출입구 위치·주차장 접근 동선 불합리 등 승인 거부 사유가 될 듯한 의견들을 승인 조건으로 줄줄이 달았다.

형식상 승인하면서 내용상으로는 전면 검토나 다름없는 조건을 달아 '가결도, 부결도 아닌' 모호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시장 아들의 신청은 승인하되, 책임은 단지 관리권자인 광산구에 떠넘긴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광주시는 심의 의견 반영·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개발계획 변경 승인·고시 등 절차를 하도록 광산구에 통보했다.

특혜성 조치를 둘러싼 광주시와 광산구의 책임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소촌 농공단지는 1999년 변경된 7천600여㎡ 이후 23년간 시설별 토지 면적이 유지되다가 이번 신청분을 포함해 변경 면적이 1만㎡를 넘고, 산업시설 면적도 22% 증가해 광산구가 아닌 광주시에서 심의하게 됐다.

애초 개발계획 변경 신청은 지난해 12월 초 광산구에 접수돼 지난 1월 광주시로 넘겨졌다.

광주시는 지난 3월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 후 재심의하자는 결론이 나온 뒤 심의위원 22명 중 당연직을 제외한 20명 위촉직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심의위원들이 노출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종 심의에서는 위원 22명 중 13명이 출석해 7명 찬성으로 간신히 의결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심의위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없고, 심의위원회 판단을 가감 없이 관리권자인 광산구에 통보했다"며 "1차 심의위에서 재심의를 서면으로 하자고 했으나 대면 심의로 변경하는 등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