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자금, 두 마리 토끼 잡자”...바이오업계 유·무상 증자 ‘러시’

부진한 주가 속 유인책 제시
국내 바이오 업계에 '증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가가 부진한 와중에 자금 수혈의 필요성이 커지자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성 치료제를 개발하는 퓨쳐켐은 최근 45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와 함께 기존 보유 주식 1주당 신주 0.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퓨쳐켐은 확보한 자금을 전립선암 치료제(FC705)의 국내외 임상개발에 쓸 계획이다. 퓨쳐켐이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확보한 건 2년여 만이다. 당시에도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진행했다.

퓨쳐켐에 앞서 유틸렉스와 건강기능식품 원료 공급사인 노바렉스도 유상 및 무상 증자를 결정했다. 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유틸렉스는 유상증자로 약 500억원을 확보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노바렉스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시설자금 약 226억원을 확보하면서 구주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결정했다. 오는 8월 유상증자 대금이 들어오고 9월에 무상증자 신주가 상장된다.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벤처는 별 다른 매출이 없는 탓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주가가 높을 때 조달해야 더 많은 자금을 확충할 수 있지만, 커진 자금 수요에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기존 주주들에게 추가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의 '당근책'으로 무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약개발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면서 임상 재개 등 필요한 자금이 많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바이오벤처의 유·무상증자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유증과 동시에 무증을 진행하는 건 주주들의 청약 독려 차원"이라며 "주주들을 배려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주가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표적 주주 친화정책인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는 곳도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지니너스가 구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당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전에는 바이젠셀 마이크로디지탈 메지온 티앤알바이오팹 랩지노믹스 등이 연달아 무상증자 발표를 했다. 에이치엘비에 인수된 비임상 동물실험 수탁업체 노터스는 무려 1대 8(구주 대 신주) 비율의 무상증자를 결정해 시장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체 매출이 없는 바이오 회사에 주가가 얼마냐에 따라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달라진다"며 "주가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