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동물 '헉헉'·고물가에 사육사 '허덕'…동물원 여름나기

물뿌리고, 특식제공하고 폭염 피해 예방위해 '진땀'…축산농가 피해도 늘어가
"어미를 밀치고, 딸 코끼리가 얼음 과일 먹는 모습 좀 보세요. 더위 앞에서는 열대 동물들도 힘들어합니다.

"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7일,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는 무더위에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은 관람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가한 모습이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관람객들은 양산으로 따가운 햇볕을 피하거나, 몇 걸음 못 걷고 그늘을 찾기 일쑤였다. 이런 무더위에는 동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아시아 코끼리 모녀가 사는 코끼리 우리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원한 대형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와 있었다.

평소 물을 무서워해 흙을 몸에 뿌리는 '흙 목욕'을 즐기는 코끼리 모녀는 이날 만은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로 성큼성큼 다가와 온몸에 물을 흠뻑 적시며 더위를 잊었다. 혹시나 더위에 동물들이 지칠까 봐 사육사는 진땀을 뚝뚝 흘리며 꽁꽁 얼린 특식을 들고 날라 동물들에게 제공했다.

시원하게 얼리거나 냉장한 채소와 과일이 우리 안에 쏟아지자, 딸 코끼리는 어미와 경쟁이라도 하듯 냉기가 깃든 당근과 수박을 입과 코로 잔뜩 껴안아 차지해 먹으며 더위를 잊었다.

어미 코끼리는 이런 딸의 모습을 묵묵히 한발 뒤에서 지켜보다 딸이 떨어트린 당근을 하나하나 주워 먹으며 뒤따랐다.
동물원 측은 무더위에 혹시나 아픈 동물이 생겨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동물들이 더위를 피해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 쉴 수 있게 출입문을 상시 개방해 놓았고, 더위에 취약한 북극여우, 파충류 등 동물들 공간에는 에어컨을 시원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의 영양 상태를 고려해 과일과 채소를 얼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제공하고, 비타민도 촘촘히 먹이에 박아 먹이고 있다.

육식 동물들에게는 소갈비를 얼려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더위에 폐사한 동물들이 없었지만, 혹시 모를 폭염 피해 가능성에 사육사들은 좀 더 동물들의 먹이라도 챙겨주고 싶지만, 고물가에 이조차도 여의치 않다.

입찰 방식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업체 측이 최근 사료 등 먹이 가격이 오르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탓이다.

동물원 측은 다른 운영비를 절약하는 대신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먹고 쉬는 것만은 부족하지 않도록 기나긴 여름 나기를 준비하고 하고 있다.

우치공원 동물원 관리사무소 박자윤 동물복지팀장은 "동물들의 무더위 대책이 최우선이라 쉴 수 있게 조치했지만, 이 때문에 동물원 실외에서 동물들을 볼 수 없어 관람객들의 불만이 제기될까 우려스럽다"며 "동물들을 볼 수 없더라도 서운한 마음은 잠시 접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폭염에 동물의 건강이 걱정인 건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광주 북구의 한 소 축사에서는 내부 온도가 치솟은 축사의 열기를 식힐 길이 없어 구청 방역 차량이 물을 임시방편으로 물을 뿌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5일까지 나주, 영암, 무안, 해남 등 도내 축산업장 19곳에서 돼지와 오리 등 4천51마리가 폐사했다.

오리의 경우 수만 마리 사육두수 중 수백 마리가 더위에 죽어 나가는 수준이지만,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축산 피해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나주시 관계자는 "아무리 시설을 잘해놔도 날이 계속 더우면 폐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는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죽는 큰 피해는 없지만, 폐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