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작정하고 만들었다…'토레스' 와일드 SUV의 귀환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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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4년 만에 신차 출시
"정통SUV 무쏘 디자인 계승"
경영정상화에 나선 쌍용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를 타봤다. 2018년 코란도 이후 쌍용차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로, 과거 쌍용차의 히트작인 SUV '무쏘' 디자인을 계승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인천 영종도에서 송도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 45km를 주행했다. 쌍용차는 토레스를 2가지 트림으로 내놨다. 이날 탄 차량은 진입 가격이 3020만원부터 시작하는 상위트림 'T7'으로 풀옵션 가격이 3500만원대다.외관은 '익숙한 반가움'이다. 무쏘 디자인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번 신차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쌍용차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 쌍용차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와일드한 디자인의 헤드라이트, 중앙에 위치한 그릴이 과거 무쏘의 강인한 전면부 모습과 흡사했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날렵한 유선형의 도심형 SUV를 출시하는 경향과는 180도 다른 디자인이다.옆 모습을 보면 C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뒷기둥)와 차 루프(지붕)가 맞닿는 부분이 살짝 솟아있다. 정통 SUV다운 강인한 느낌과 넉넉한 2열 공간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차량 내부에 타보니 헤드룸이 넉넉했다. 캠핑, 차박 등 차 내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최근 트렌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C필러에는 툭 튀어나온 스토리지(저장) 박스가 붙어있다. 요즘 차에서는 보기 힘든 열쇠구멍이 있고 열쇠로 여닫을 수 있다.
실내는 대체로 직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여기에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 12.3인치 인포콘 AVN, 8인치 버튼리스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 등을 적용했다. 토레스는 중형 SUV에 걸맞은 실내 공간을 갖췄다. 2열은 180cm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공간이 상당히 여유롭다.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시트 적용을 통해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하다. 적재공간은 2열을 접을 경우 1662L에 달한다.토레스의 크기는 전장 4700mm, 전폭 1890mm, 전고 172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680mm다. 전폭은 기아 쏘렌토보다 10mm 좁지만 기아 스포티지보다는 25mm 넓다. 전고는 쏘렌토보다 20mm가 높다. 도심형보다 오프라인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둔 차랑 설계다.실제 운전을 해보니 주행감은 예상과 달랐다. 투박하고 거친 질감을 예상했지만 주행 간 균형감과 정숙성이 느껴졌다. 토레스는 최근 완성차 업계 추세인 파워트레인 다운사이징을 적용했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L당 11.2km다.다만 고속 주행 시에는 다운사이징의 한계가 드러나는 편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차체 하부에서 쌍용차 특유의 엔진음이 올라왔다. 시승차의 공차중량은 1935kg으로 쏘렌토보다 무겁다. 때문에 힘이 좀 부족하고, 가속 성능이 뛰어나진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페달은 액셀레이터 반응이 다소 둔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브레이크는 예민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다.스티어링 휠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된 느낌이다. 정통 오프로드 SUV를 계승한 모델답게 방지턱은 손쉽게 넘었으나 노면 상태에 따라 진동이 몸으로 잘 전달되는 편이었다. 코너링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무거운 차체 때문에 쏠림 현상이 약간 나타났다.
토레스는 노멀, 스포츠, 윈터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가속 성능을 강화하는 스포츠 모드를 발동해도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기능도 무난하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스스로 유지해주며 운전시 피로를 덜어준다.토레스는 중형 SUV의 제원을 갖추고 준중형 SUV 가격대로 시장을 공략하는 차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같은 옵션은 빼 가격을 낮췄다. 경쟁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 쏘렌토와 현대차 투싼, 싼타페가 3~5개 트림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단 2개 트림만 운영해 비용을 줄였다.
영종도(인천)=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