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대명사 프라이탁…트럭 방수포, Z세대 명품 됐다

올 댓 프로덕트 - 세상을 바꾼 제품들
FREITAG

"세상에 하나뿐인 값진 쓰레기"

전국 매장 딱 3개뿐
한여름 무더위에도
1시간 웨이팅은 기본
사진=프라이탁
서울 홍대 앞의 한 매장. 오후 2시 반 땡볕 아래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긴 줄을 서 있다. 매장의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 2시부터 3시까지인데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기다린다. 되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 이곳. 전국에 3개뿐인 ‘프라이탁(Freitag)’ 매장이다.

사람들이 프라이탁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마디가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값진 쓰레기.’ 버려지는 트럭 덮개를 재활용해 가방과 소품으로 재탄생시킨 프라이탁은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폐품을 명품으로 만든 ‘업사이클링’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자전거족이 사랑한 프라이탁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와 세련된 디자인을 입히는 ‘업사이클링’은 이제 흔한 단어가 됐다. 프라이탁이 시작된 1993년엔 아니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마르크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자주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가방과 책까지 모두 젖는 일이 많았다. 비오는 날 트럭 짐칸에 방수천이 덮인 것을 보고 재활용품 업자를 찾아가 방수천을 구해 자르고 꿰매 가방을 만들었다. “이 냄새 풀풀 나는 누더기 같은 가방을 누구 사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곧 자전거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프라이탁은 5~7년간 쓰고 버려진 트럭 덮개나 천막만 몸통의 재료로 쓴다. 90여 개 모델을 만든다. 가방끈은 폐자동차 안전벨트를 사용한다. 가방의 모서리는 자전거 고무 튜브가 가죽을 대신한다. 모든 작업은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쓰다 남은 천막이 재료이기 때문에 3~5명의 직원이 전 세계를 1년 내내 여행하며 400t에 달하는 방수 천막을 수집한다. 수집한 재료는 방수포만 분리해 깨끗이 세척하고 자른 뒤 가방 모양을 잡는다. 꼼꼼한 박음질로 물이 새지 않도록 하고, 충격에 잘 버티도록 에어백을 채워 넣는다.

낡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프라이탁의 특별함은 이 지점에 있다. 어떤 가방도 같을 수 없다. 한 천막으로 여러 개의 가방을 만들더라도 낡은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가방은 개성을 지닌다. 100% 수작업인 데다 재료의 희소성 때문에 연간 생산량은 30만 개 수준. 천막을 재료로 해 색깔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빛이 바래 더 멋스럽다. 프라이탁의 가격은 20만~70만원 수준. 연매출 700억원(2019년 기준)의 프라이탁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지만 매출이 늘어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고, 초기 경영철학을 지켰다. 인건비가 싼 공장을 찾는 대신 재생 콘크리트로 친환경 건물을 지어 본사로 쓴다. 빗물을 모아 이 물로 방수천을 세탁하고, 가방을 제작하며 버려지는 천 조각도 재활용업체에 또 한번 유료로 재활용을 맡긴다.

마니아 중엔 “길거리에서 똑같은 가방을 멘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다. 최근 업사이클링 붐이 불면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2030의 취향도 절묘하게 맞물렸다.

‘원 앤드 온리 디자인’은 사람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몰려가게 했다. 디자인과 제품의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물을 눈으로 보고 사야만 한다는 것. 원래 인터넷 예약제로만 방문할 수 있게 하다 최근 현장대기도 가능해져 홍대 앞과 한남동, 제주 지점까지 연일 사람들로 붐빈다. 매장 내 인원 제한이 있어 어느 지점 앞에나 긴 줄이 늘어선다.

내 맘대로 디자인하는 ‘F-컷’

프라이탁은 중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끔 단일 색상의 가방이 출시되면 몸값이 최고로 뛴다. 조각조각 이어 붙인 다른 제품과 달리 이른바 ‘레어템’인 것. 세계 어느 매장에 가도 같은 제품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여행지마다 프라이탁 매장을 순례하는 ‘프라이탁 투어’도 유행이다.

프라이탁은 최근 미디엄 사이즈 메신저백을 취향대로 제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F-컷’도 론칭했다. 기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라이탁 메신저백 F712 드라그넷’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 트럭 방수포 단면 사진에서 가방 덮개 등 네 가지 옵션을 골라 디지털 커팅할 수 있다. 로고 옵션도 따로 고르면 제작 가방 이미지를 보여준다. 4~6주 후 집으로 받아볼 수 있는데 매주 20개에서 50개의 트럭 방수포 단면이 업데이트된다.

김보라/최지희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