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세 한풀 꺾인 삼성·LG전자…하반기 불확실성 커져(종합)

삼성전자 스마트폰·TV 동반 부진…반도체 견조한 실적
LG전자 수요위축에 TV 부진…전장사업은 흑자달성 전망
코로나19에도 고공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상승세가 올해 2분기에 한풀 꺾였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잿값 상승,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와 수요 위축 등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완성품) 판매 부진 속에서도 반도체가 실적의 버팀목 노릇을 했다.

LG전자도 전장부품(VS) 사업부가 9년 만에 첫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3분기부터다.

증권가에서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삼성전자 영업이익 14조원…'악조건 속 선방'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해 3분기(74조원)와 4분기(76조6천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77조8천억원)까지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나 2분기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또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14조5천98억원을 3.5% 밑돌았다.

2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것은 수요 위축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률 하락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문별 사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완성품)의 판매 부진이 성장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부문별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DS) 약 9조8천억원, 디스플레이 부문 1조원대로 추정한다.

또 스마트폰(MX)·네트워크사업 부문 2조6천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약 5천700억원, 하만 부문 약 1천억원으로 보고 있다.

특히 MX와 VD·가전 부문의 경우 스마트폰과 TV 출하량이 기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면서 IT 수요가 빠르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수요는 아직 견조해 2분기 실적을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메모리 반도체 D램 시장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침체를 보이며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시장 수요가 예상 밖으로 견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역시 경기둔화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거시 경제의 환경 변화로 수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가격 전망도 내림세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 LG전자 영업이익 7천917억원…VS 부문 첫 흑자 달성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는 저조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LG전자가 이날 발표한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9조4천720억원, 영업이익은 7천9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0% 감소했다.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1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59.3% 각각 줄어든 수치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G전자의 부문별 영업이익은 생활가전(H&A) 부문 4천억원, 홈엔터터인먼트(HE) 부문은 900억원대로 추산된다.

또 VS 부문은 20억원, 비즈니스솔루션(BS) 부문은 400억원, 자회사 LG이노텍은 2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표적인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인 TV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전자는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TV 시청 시간이 줄었고, 각국의 인플레이션 심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TV 수요 감소 영향으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역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매출 감소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도 악화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홈엔터테인먼트 특수가 소멸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수요가 급감하는 등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H&A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양호한 편이라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전반적 수요 감소에도 북미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매출의 견조한 성과에 힘입어 가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VS 사업의 실적 개선은 청신호가 되고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다소 완화됐다"며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를 기반으로 추가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VS 사업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신장된 2조원 규모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출 증가와 지속적인 원가구조 개선의 성과로 분기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했다"며 "3분기 역시 흑자기조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VS 부문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낙점한 사업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로 올해 1분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었다.

또 기업간 거래 담당 BS 부문은 그간 적자가 지속됐던 태양광패널 사업 철수 이후 이익률의 탄력적 개선이 기대된다.
◇ 하반기 불확실성 지속…연간 실적 전망 하향 조정
이런 가운데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액 전망치를 318조5천60억원에서 313조7천330억원으로 1.5% 하향 조정했다.

또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60조1천330억원에서 58조4860억원으로 2.7% 낮췄다.

LG전자 역시 소비경기 둔화와 코로나19 특수 소멸로 인한 가전 수요 둔화로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가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가전 사업 중심인 LG전자는 하반기에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구조조정을 통한 VS·BS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으로 LG전자의 기본 체력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실적 모멘텀이 부족하지만 자동차부품의 흑자 전환, 특허 가치 부각, 태양광 등 한계 사업 철수에 따른 중장기적 재평가 스토리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이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7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LG전자의 연결 기준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82조8천814억원, 영업이익은 4조5천756억원으로 추정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10.92%, 18.42% 각각 증가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