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지지율 흔들…국정 주도권 잃어가는 집권당

정권 성패 좌우할 골든타임에
'일하는 여당' 대신 갈등만 부각
시급한 민생법안 국회서 '낮잠'

이준석 징계 후폭풍도 거셀 듯
< 울먹인 이준석 “마음 무겁고 허탈”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대표 징계 심의를 둘러싼 논란이 집권 여당의 국정운영 동력을 갈수록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할 법안이 산적한 상황에 당 내홍만 부각돼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갈등이 정책을 가려 일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리위는 7일 오후 7시 회의를 열고 이 대표 징계 여부를 심의했다. 당초 윤리위는 지난달 22일 이 대표 징계 여부를 두고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대표 본인에 대한 소명 절차가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윤리위는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를 직접 불러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윤리위 회부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집권 초기인데 ‘일하는 여당’이 아니라 세력 다툼하는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과를 내놓든 내홍이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한 중진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당 대표를 선출하면 본격적인 ‘대여(對與) 투쟁’에 나설 텐데 우리(국민의힘)는 집안 싸움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원(院) 구성 협상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민생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입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법인세 인하를 위해서는 국회가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촉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사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집권 초기가 향후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골든타임’인데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못 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하 등 일부 감세안은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윤리위가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이 ‘윤리위 징계가 정치적인 음해’라는 프레임을 내세울 경우 당 내홍이 길어질 수 있다. 윤리위 징계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 두 경우 당내 갈등만 부각돼 국정 운영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 ‘용퇴론’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다른 한편에선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계파 정치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 4주차에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6월 5주차에는 부정 평가(50.2%)가 긍정 평가(44.4%)를 전주보다 큰 격차로 앞섰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이 대표의 윤리위 회부와 관련해 “당내 세력 간 분쟁이 있다는 게 국민에게 아주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