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종각으로 계열사 집결"…강북 랜드마크 품는다

6000억대에 인수 추진

SK리츠운용, 우선매수권 행사
인근에 SK서린빌딩 등 둥지
"인력 모아 사업 시너지 낼 것"

삼성증권·국세청 입주했던 건물
거래 완료 시 네 번째 주인 맞아

SK그룹이 서울 강북 도심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를 6000억원대에 인수한다. 빌딩 윗부분이 뚫린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종로타워 모습. 김병언 기자

SK그룹이 서울 강북 도심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를 인수한다. SK그룹은 이 건물을 사들여 곳곳에 흩어진 그룹 계열사를 한곳에 모을 계획이다. 서울 종로 SK서린빌딩과 종로타워가 있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일대를 SK그룹의 사업 근거지로 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몸값’이 6000억원대로 평가받는 종로타워는 삼성증권 본사와 국세청이 입주했던 데다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종각역으로 SK 계열사 집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자산관리(AMC) 계열사인 SK리츠운용은 이날 종로타워 소유주인 KB자산운용에 종로타워의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알렸다. SK리츠운용은 조만간 종로타워 매입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SK리츠운용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결정했지만 매입 시기나 방식 등 구체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종로타워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해 예비 인수 후보를 선정했다. 예비 인수 후보 가운데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 전 SK리츠운용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문의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KB자산운용과 종로타워 10여 개 층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SK리츠운용이 향후 종로타워를 먼저 살 수 있는 권리인 우선매수권을 획득했다. SK리츠운용은 SK그룹이 세운 자산관리회사로, SK㈜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SK서린빌딩과 SK에너지 주유소 116곳을 보유한 SK리츠의 운용사이기도 하다.

종로타워에는 SK그룹 계열사 일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SK E&S,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임업,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 계열사 여섯 곳의 임직원 1200명가량이 종로타워에 있는 ‘그린 캠퍼스’에 입주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계열사를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그룹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

SK그룹 본사 사옥으로 쓰이는 SK서린빌딩과 SK머티리얼즈가 입주한 종로 그랑서울, SKC가 입주한 더케이트윈타워 등이 종각역 인근에 있다. 종각역에 밀접한 종로타워까지 인수하면서 종각역 일대가 ‘SK 비즈니스 타운’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네 번째 주인 찾은 종로타워

종로타워는 삼성생명이 1999년 옛 화신백화점 터에 지은 건물이다. 연면적 6만652㎡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33층에 높이가 133m로, 건물 하부와 떨어진 건물 최상부를 기둥 3개가 떠받친 독특한 형태로 주목받았다. 건물 하부와 최상부 사이 22~33층은 텅 빈 구조라 풍수지리학적으로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바람이 건물을 관통하며 소음을 내고,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종로타워 뒤편에 지상 26층 센트로폴리스 건물이 들어서자, 종로타워 기둥 사이를 관통하는 바람이 막혀 안정감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생명은 이 건물을 2016년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에 3840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KB자산운용에 이 건물을 4640억원에 되팔았다. SK그룹이 매입을 마무리하면 종로타워 네 번째 주인이 된다.

도심권역(CBD) 오피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 빌딩인 만큼 매각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 SK서린빌딩을 3.3㎡당 3955만원에 인수한 바 있다. CBD 오피스 거래가(3.3㎡ 기준)로 역대 최고가였다. SK서린빌딩 매입가를 바탕으로 단순 추정해보면 종로타워 매입가격은 727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종로타워는 6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SK서린빌딩은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몸값이 많이 뛰었다”며 “종로타워 매각가는 이보다 낮은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