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저축은행, 취약차주에 중금리 대출 지속하라"

금감원장-저축은행 CEO 간담회

"건전성 우려…자산 성장 자제해달라"
"BIS 비율 제고…대손충당금 적립해야"
"PF 대출 리스크 대비…중점 점검 예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취약차주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지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 직면한 만큼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와의 간담회에서 "연체 우려자, 단기 및 장기 연체자 등 취약차주 유형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재점검하고 지원이 확대되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단비 역할을 했던 중금리 대출도 생활자금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지속 공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 금리 상승 등이 본격화되면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 악화가 예상된다. 취약 계층 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금리 상승기에 금융소비자가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 안내를 강화하는 등 제도 활성화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제고하고,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경영 건전성 관리에 힘써주시기를 바란다"며 "우선 과도한 자산 성장을 자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 업계는 2011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경영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고 BIS 비율이 규제 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BIS 비율이 하락 추세에 있어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저축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최근 BIS 비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증가했음에도 지난 3년간 총자산이 연평균 20%나 급속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게 자산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영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복합위기 상황을 가정한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결과와 한도성 여신의 대손충당금 강화 영향 등을 반영해 자본확충 방안도 고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원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의 재정·금융 지원으로 건전성 지표가 양호해 보이는 착시현상을 경계하고 위기에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자산별 위험 수준, 예상 손실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대출에 대해서는 강화된 자체 적립 기준을 마련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예금 만기 구조를 다양화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해 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예적금 위주의 단순한 자금조달 특성상 최근 자산이 급증하면서 수신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퇴직연금 등 특정 예금이 크게 증가하고 만기도 연말․연초에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 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수준이나 경기 상황이 급변할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과부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금 상품 및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고, 예외적인 유동성 경색 상황에 대비한 비상 조달 계획도 점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다중채무자, 부동산 관련 금융 등 리스크가 높은 대출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당부드린다. 가계대출에서는 다중채무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이미 높은 수준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감원도 다중채무자 대출의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확대된 만큼 상환능력 범위 내의 대출 관행이 조기 정착되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기업대출 부문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로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사업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최근 건설 원가 상승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저축은행은 PF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은 "특히 PF 대출은 PF 사업장의 공사 중단·지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현장실사 등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공정률, 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란다"며 "금감원도 전체 저축은행 PF 대출을 대상으로 대손충당금이 적정하게 적립되고 있는지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체계 강화에 집중해 달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 대출모집인 등이 서류를 위·변조하면서까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주도한 불법·불건전 영업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대출 취급 시 상환 능력과 차입 목적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대출 취급 후에도 자금 용도외 유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주시기 바란다"며 "금감원은 이러한 여신관리 프로세스가 정착되도록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거액의 횡령 사고와 관련 이 원장은 "현재 금감원은 중앙회, 업계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라며 "사고위험이 높은 업무처리 절차를 발굴해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니 CEO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지금은 금융시장의 큰 조류가 바뀌는 시점으로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라며 "금감원은 저축은행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하면서 금융 안정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