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당대표' 이준석의 좌절…윤리위가 초유의 결정 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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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잣대보다 정무적 판단 크게 작용
윤리위 "경찰 수사와 관계 없다" 강조
'신드롬'으로 불린 이 대표 당선
1년 만에 현실벽 못 넘고 좌절
이준석 총력 대응 예고
"당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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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적 판단으로 중징계 결론
정치권에선 윤리위가 지난 4월 징계 절차에 나설 때부터 정무적 판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차례로 승리로 이끈 현직 당 대표에 대한 징계 논의 자체가 거센 후폭풍을 초래할 우려도 제기됐다. 사실 관계를 밝힐 경찰 수사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달 18일에도 “수사 기관에 준하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란 내용의 입장문도 냈다. 법조인 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수사 기관에서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적 판단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8일 이 대표 징계를 심의·의결할 때도 ‘성 상납 및 증거 은닉 교사’ 의혹 중 증거 은닉 교사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확인서의 증거 가치, 소명 내용과 녹취록 등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본인 일이 아닌데도 7억원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의혹의 실체인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징계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30대 당 대표의 좌절
이번 징계가 권력 다툼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월 이 대표의 당선은 ‘이준석 신드롬’으로 불리며 정치권을 강타했다. 당 중진인 나경원, 주호영 후보를 꺾으며 ‘사상 첫 30대·0선 당대표’란 타이틀을 얻었다. 2030세대 지지층을 넓히고 전국 단위 선거를 두 차례 승리로 이끈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대표의 성과로 꼽힌다."당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법적 대응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징계 적절성을 두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하거나 당헌·당규로 징계 무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윤리위원회의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이 대표 측이 ‘윤리위 징계가 정치적인 음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여론전에 나설 수도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