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등판' 1년 만에…벼랑끝 내몰린 이준석

0선·30대 당대표 '스포트라이트'
윤핵관과 갈등으로 리더십 흔들
정치적 희생양 부각해 재기 모색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선출 뒤 첫 출근날인 지난해 6월 13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 30대 당대표’로 화려하게 등판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하며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 세력과의 잦은 갈등과 성 상납 의혹으로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날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그의 정치 생명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이 대표가 지난 1년여 동안 당에 안긴 성과는 적지 않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0선’ 경력으로 나경원 전 의원 등 당내 거물급 경쟁자들을 제치고 승리하자마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선언해 2030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청년층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당원도 20만 명 수준에서 약 80만 명으로 네 배 늘었다.이 대표의 리더십은 지난 대선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갈등을 빚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과 인선 문제를 두고 다투다가 급기야 대선 본선 기간 지방으로 잠행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 파국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갈등을 온전히 봉합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제기된 성 상납 의혹도 끊임없이 그의 리더십에 충격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권을 지켜내며 재기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자진 사퇴 없이 ‘재심·가처분 소송’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성 상납 의혹 관련 경찰 수사 결과와 2030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비롯한 여론의 향배 등이 이 대표의 기사회생 여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