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불법촬영' 초범, 징역에 배상 판결…"형량 강화"

법원 "유포 없어도 엄중 처벌해야…심각한 정신적 고통 초래"
법조계 "3년 전이면 집유 가능성…배상금 오르는 추세"
성관계 중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피고인에게 형사 처벌전력이 없고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과거보다 성범죄 처벌 수위가 높아진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6단독 박형순 판사는 여성 A씨가 남성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2천5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B씨는 성관계 도중 A씨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다. 당일 A씨가 촬영 여부를 물었지만 B씨는 거듭 부인했고, 다음 날 A씨가 다시 물었을 때에서야 뒤늦게 촬영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인격권과 초상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원고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됐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유포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자체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며 "원고가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고 피고가 원고의 피해 복구조치를 제대로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위자료 산정 기준을 설명했다. 아울러 B씨는 이번 사건으로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고, 2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 영향으로 성범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점점 강하게 묻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3∼4년 전만 하더라도 초범은 집행유예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거의 실형이라고 봐야 한다"며 "예전에는 아는 사람과 이뤄지는 관계에서 촬영을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마치 동의하는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2년 전만 해도 강간 피해자가 2천만∼3천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며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금액이 점점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