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랭식 기지국 개발한 노키아…"에어컨 대신 물로 열기 식한다"
입력
수정
공랭식 대비 전력 소모량 90% 줄여정보통신기술(ICT)업계가 물을 이용해 기기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는 수랭식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팬과 에어컨을 비롯한 대규모 냉방 장치로 장비 주변 공기를 식히는 방식보다 전력 소모가 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서다.
10일 IC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 노키아는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를 대상으로 수랭식 ‘에어스케일’ 외장형 기지국을 시연했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발표한 수랭식 기지국이다. 노키아는 올 3분기에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노키아는 기지국 장비 안에 물이 흐르는 관을 설치했다. 차가운 물을 흘려보내 장비 내부 열을 식히고, 데워진 물은 밖으로 배출되는 구조다. 특수 냉매가 아니라 물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쓰고 남은 물을 건물 난방 등에 재사용할 수 있다. 노키아에 따르면 이 방식은 장비 주변 공기를 식히는 공랭식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최대 9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에어스케일 기지국은 2세대(2G)부터 5세대(5G)까지 무선 통신 방식을 지원할 수 있다. 노키아는 이 기지국 장비가 아파트 건물 등의 기존 장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팬 소음이 나지 않고, 유지 보수 방식도 공랭식에 비해 간단하다는 설명이다.
수랭식은 자동차나 고성능 PC 등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냉각 방식이다. 그간 통신망 관리에 쓰이지 않은 이유는 습기가 일대 통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키아는 새 에어스케일 기지국에 적용할 방수 기술을 완성하는 데에만 약 3년을 썼다. 조봉열 노키아 아태지역 무선장비 총괄은 “노키아는 이전에 미국에서 큰 태풍으로 약 3일간 건물이 침수됐을 당시 물에 잠겼던 외부 기지국 장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장비 방수 기술을 고도화한 기업”이라며 “여기에다 수년간 연구를 더해 안전한 구조를 짰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미국 핀란드 일본 등에서 현지 통신사와 수랭식 기지국을 실증 중이다. 국내에선 2024년 본사업이 예정된 5G 국가망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총괄은 “한국은 기지국 운영 밀도가 매우 높은 국가”라며 “장비 열기를 식히기 위한 신기술 수요도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