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주는데 나갈 돈 늘어…공제회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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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가격 동시 하락교직원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국내 주요 공제회의 자산운용 부문이 ‘이중고’에 빠졌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투자 환경은 악화되는데, 금리 인상 여파로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급여율은 높아지면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체투자를 더 확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작년보다 운용성과 부진할 듯
금리 인상으로 회원 이자율은↑
신규 대체투자 늘려야 하는데
채권에 자금 묶여 수익률 '비상'
수년 만에 급여율 인상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제회들은 최근 잇따라 급여율 인상을 발표했다. 급여율은 공제회 회원들이 매월 납입한 저축금에 적용되는 금리로 일종의 이자율이다. 공제회 자산운용 부문에선 자금조달 비용과 같은 개념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5월 기존 연 3.60%이던 퇴직급여율을 연 3.85%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인 0.25%포인트 인상이다. 군인공제회는 “예년 대비 315억원 이상의 회원 이자를 더 환원하게 됐다”고 밝혔다.경찰공제회도 5월부터 퇴직급여율을 기존 연 3.58%에서 연 3.75%로 0.17%포인트 올렸다. 2018년 급여율을 한 차례 올린 이후 4년 만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더 높은 연 4.05%의 퇴직급여율을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운용 성과는 악화 우려”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려면 채권을 팔아야 하는데 채권 가격이 급락해 손실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공제회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제회 CIO는 “공제회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 사모 크레디트, 사모 주식과 같은 고수익 추구형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레버리지 비용이 올라 수익률 제고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업계 ‘울상’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운용사들은 ‘큰손’인 공제회의 대체투자가 얼어붙자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상장 주식과 채권값 하락으로 대체투자 비중이 자동으로 커지면서 공제회의 대체투자 신규 약정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기관전용 PEF 운용사(GP)는 작년 총 394개사로 1년 사이 58개사나 급증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돈 가뭄을 맞게 됐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기대 수익률을 높여 잡아야 하는 공제회가 PEF들이 제안하는 투자 건을 과거에 비해 깐깐하게 살필 것”이라며 “과거 성과를 검증받지 못한 중소 PEF에 힘든 시기가 왔다”고 우려했다.이태호/차준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