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면 "오히려 좋아"…물가연동국채에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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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물가채 거래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물가연동국채(TIP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 유동성 과잉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회피’ 상품이다.
물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자 늘어나
인플레 장기화 전망에
상반기 거래액 4.6조
직접 채권 매수하거나
ETF·ETN 통해 매매
물가 떨어졌을 땐
단기손실 나지만
만기때 원금 보장
물가채 거래 급증
10일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에서 물가채 거래대금은 올해 상반기(1~6월) 4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3조7740억원) 대비 23.6%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5월 한 달간 1조4280억원이 거래됐다. 2017년 3월(1조4790억원) 후 최대 규모다.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채 평가 지표인 손익기대 인플레이션(BEI)도 연초 1.5% 수준에서 지난달 2.46%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대치로 뛰었다.
영문명 ‘팁스(TIPS)’로 불리는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어나는 채권이다. 예컨대 연 1% 이율인 물가채를 1000만원어치 샀는데, 물가가 2% 오르면 원금은 1020만원이 된다. 원금이 늘어난 만큼 이자도 1020만원의 1%인 10만2000원이 지급된다.물가채는 이자 이상의 안전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연이율 1% 물가채에 투자해 물가가 3% 오르면 약 4.4%의 수익이 발생한다. 가장 큰 장점은 원금 보장이다. 물가가 하락해 단기 손실이 나도 만기에 정부가 원금을 보장한다.
물가채 투자 방법은
투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채권을 사거나,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것이다.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 10만~100만원 단위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우선 배정 혜택을 받는 개인투자자는 신청 물량 대부분을 받을 수 있다. 단점은 만기가 10년으로 길다는 것이다. 주로 기관들끼리 거액 거래가 많아 개인투자자로선 중도 매매가 어려울 수도 있다.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하면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국내 물가채 ETF로는 지난 5월 상장한 KOSEF 물가채KIS가 있다. 이 상품은 최근 국내에서 발행된 물가채에 투자한다.
지난달 상장된 메리츠인플레이션국채 ETN과 메리츠레버리지인플레이션국채ETN도 국내 물가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중 레버리지 상품은 물가채 시세의 두 배로 움직인다.
미국 물가채에 투자하고 싶다면 메리츠미국인플레이션국채ETN과 메리츠미국레버리지인플레이션국채ETN을 매수하면 된다. 해외 계좌가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미국에는 자산운용사별로 여러 개의 물가채 ETF가 상장돼 있다.투자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물가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물가채도 채권의 한 종류기 때문에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와 해외 물가채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각국 물가 상황에 따라 시세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채 ETF는 최근 한 달 약 1%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물가채 ETF는 연초 이후 물가 상승 심리가 꺾이면서 3%가량 하락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