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효진의 세금 내는 아이들] 단계를 밟아가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유행처럼 자녀들 주식투자 교육에 관심
주식계좌부터 열어주는 조바심 경계하고
부작용 따져 저축·계획적 소비부터 가르쳐야

옥효진 부산 송수초 교사 《세금내는 아이들》 저자
몇 년 전부터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주식, 부동산 정도였던 사람들의 투자처도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미술품, 달러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제 주변에서 투자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주식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관심은 아이들의 투자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특히 주식투자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에게 용돈 대신 주식을 사주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변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9만1000개, 2022년 1분기에만 1만7000개의 새로운 미성년자 주식계좌가 개설됐다고 한다.아이들에게 투자 교육, 특히 주식투자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꼭 투자에 대한 교육도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투자가 필수가 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만 열심히 모아서 자산 관리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자본소득으로 부를 축적하는 속도가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는 속도를 뛰어넘은 지도 오래됐다. 그리고 투자는 자산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투자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투자에 대해 가르칠 때 투자부터 가르치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투자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또는 지인이 자녀에게 주식계좌를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바심이 나서 무작정 주식계좌를 만들어주고 주식을 사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산을 늘려가는 과정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칠 때도 조급증과 조바심을 조심해야 한다.모든 일에 순서와 단계가 있듯이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해야 한다. 투자에 대해 알려주기 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보며 돈에 대한 가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저축 습관도 들이도록 해야 한다.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연습도 우선적으로 시켜야 한다. 이렇게 돈의 가치, 저축, 소비에 대한 교육을 한 뒤 투자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돈의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한 경험도 없이 무작정 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한탕주의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야 투자가 마치 돈을 복사해주는 마법처럼 보이지만 투자는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학부모 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다.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거나 투자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만약 어린 시절 투자에 대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요즘 부모들은 다르다. 자녀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투자에 대해 가르치는 것에도 예전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부모 세대가 제대로 돈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휘둘리기 쉽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가 필요하듯, 우리 아이들의 돈 공부도 먼 곳을 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으면 한다. 투자에 대한 교육은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투자에 대한 교육이 아이들의 돈 공부에서 1순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