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플랫폼' LG전자…앱·콘텐츠 사업 키운다

LG전자, 脫가전업체 선언

글로벌 TV 업체 200여 곳에
'웹OS' 공급…플랫폼 사업 나서
작년 서비스 앱만 2000개 넘어

TV 수요 떨어지고 경쟁 심화
"사업 모델 바꿔야 살아남아"
‘탈(脫)가전’을 추진하고 있는 LG전자가 연내 200여 개 글로벌 TV 업체에 ‘웹OS(운영체제)’ 공급을 추진한다. TV를 파는 LG전자가 TV를 생산하는 다른 업체에 OS를 제공하는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소비자와 앱을 연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앱 관련 업체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고, 소비자 빅데이터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TV 사업 확 바꾼다

10일 LG전자는 올해 웹OS 공급처를 200여 곳으로 늘리면서 ‘소프트웨어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기기 개발, 생산, 판매 등 하드웨어에 머무르던 TV 사업 포트폴리오를 콘텐츠,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웹OS는 TV에서도 웹 사용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TV 플랫폼이다. LG전자는 HP가 갖고 있던 웹OS를 인수해 2014년 ‘웹OS 1.0’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2013년 인텔, 리눅스 등과 공동 개발한 TV OS ‘타이젠’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만 해도 웹OS는 TV 판매를 위한 차별화 요소 정도로만 여겼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가 웹OS를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구성해 외부에 공급하는 등 실질적으로 TV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KMC, 월튼, 세이키, 크로마 등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TV 제조업체를 공급처로 확보했다. 지난해 공급처는 20여 곳. 올해는 공급처를 10배 이상 늘리면서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LG전자는 오는 14일까지 TV 플랫폼 관련 서비스 기획, 전략, 사업 개발 분야 경력 직원도 모집한다. 관련 조직 구축 및 확대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웹OS 플랫폼 사업 전담 조직인 WEE사업실을 신설했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 글로벌 전장회사 하만 등에서 앱 생태계 구축 업무를 총괄했던 조병하 전무를 ‘HE플랫폼 사업담당’으로 영입했다.

유료 앱·콘텐츠로 승부

미국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OS를 무기로 사업을 확장한 것처럼 TV OS로 새 먹거리를 찾아보겠다는 게 LG전자 측 구상이다. 집안에 한두 대는 기본으로 있는 TV를 더 많이 파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면서 TV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TV 사업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TV 판매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 경쟁이 심화해 마케팅 비용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TV는 모바일보다 화면이 큰 ‘개인화 기기’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TV 안에 쓸 만한 유료 콘텐츠나 앱을 공급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스마트TV에 제공하고 있는 앱은 지난해 2000개를 넘었다. 2019년보다 30% 이상 늘었다.LG전자가 SM엔터테인먼트와 합작법인 ‘피트니스캔디’를 세운 것도 TV 기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이다. 피트니스캔디는 오는 9월 월 2만~3만원대로 이용하는 구독형 피트니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엔 교육 콘텐츠 구독서비스 ‘하이브로’를 선보이기도 했다.

광고 수익 기회도

TV 플랫폼 사업은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LG애즈(옛 알폰소)와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8000만달러를 투자해 알폰소 지분 56.5%를 인수했다. 알폰소는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 지역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OS 공급 업체가 늘어나면 LG전자는 더 많은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에는 시청자 관심사와 선호 채널 등을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송출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가전 기업을 넘어 종합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은/박신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