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끊기자 "인건비부터 감축"…집토스 직원 30% 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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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자고나면 사람 뽑던 스타트업…이젠 '감원 칼바람'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 '부메랑'
복지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
인력 감축으로 '보릿고개' 버티기
해외 스타트업도 감원 13배 급증
'비전'만으로 투자 받는 시대 끝
명함관리 리멤버·코딩 팀스파르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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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의 이재윤 대표의 토로다. 최근 집토스의 일부 직원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집토스의 직원 수는 작년 11월 220여 명에서 지난달 150여 명으로 반년 새 3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1조원이던 누적 거래액이 최근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회사가 성장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유는 자금 운용이 여의치 않아서다. 최근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당초 계획한 만큼 자금을 모으지 못하자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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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확대에서 ‘허리띠 졸라매기’로
스타트업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투자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이 인건비 절감에 나서면서다.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의 직원은 지난해 140여 명에서 최근 90여 명으로 35% 이상 감소했다.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7월 국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며 고용노동부의 ‘2021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됐던 스타트업이다. 2013년 설립 이후 6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시리즈D(네 번째 기관 투자 단계)에서 추가 투자금 유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말 인력 감축과 마케팅비, 임원 연봉 감소 등으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올해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머스 스타트업인 A사는 지난해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자 직원 수를 500여 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월간 소비자 거래 건수가 지난해 12월에 고점을 찍고 떨어지자 최근엔 400명대로 줄였다.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HR(인적자원) 전문가인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투자 시장이 말라붙으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 1년 이상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상당수 스타트업의 직원들이 권고사직 압박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스타트업들도 감원 바람
“이제 돈 벌어야 산다”
벤처캐피털(VC)들이 ‘현금 흐름이 탄탄하고 사업성이 뚜렷한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좁히자 스타트업은 잇따라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로 유명한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주요 수익모델 중 하나인 채용 솔루션의 과금 방식을 ‘선불 적립금’ 형태로 변경했다.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 팀스파르타는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신규 교육 프로그램을 내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매출보다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던 스타트업들이 최근에는 ‘돈 벌기’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김주완/이시은/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